문자·메일·SNS·송금 메시지로 1년 괴롭힌 40대 벌금 500만원
엄벌 필요성에도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전인 탓에 적용 안 돼
스토킹 (PG) |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다시 만나자', '한 번만 더 연락해', '다시 연락해줘'
2019년 7월 A(44)씨는 헤어진 여자친구 B씨에게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를 10번가량 보냈다.
B씨가 전화번호를 바꾸자 같은 내용으로 메일을 13번 보냈다. B씨가 메일 계정을 지우자 이번에는 B씨의 계좌번호로 33번이나 돈을 보내면서 송금 메시지를 활용해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B씨가 운영하는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다시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13차례나 보냈다.
미움과 원망으로 변질한 '삐뚤어진 집착'의 화살은 B씨의 어머니에게까지 향했다.
A씨는 'B의 전화번호를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라거나 '우연히 딸을 만나더라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게 해달라', '복수하려면 할 수도 있다', '용서가 쉽지 않네요'라는 말과 메시지로 위협했다.
그렇게 약 1년간 A씨의 집요한 연락과 연락 시도가 계속되자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낀 B씨는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고, 그의 어머니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이 같은 범행으로 공소제기가 된 이후에도 A씨는 B씨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을 시도하고, 탄원서를 낸 피해자에게 항의하면서 되레 형사고소를 언급했다.
심지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면서 주소를 알아내기까지 했다.
춘천지방법원 |
그런데도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협박 혐의로 내려진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한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 "안부를 묻는 의도가 있었을 뿐"이라며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단독 장태영 판사는 각종 언행과 성향, 언행의 내용과 경위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하고, 협박 혐의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스토킹 처벌법이 올해 10월 시행돼 이 사건에 적용하지 못했을 뿐 스토킹 범죄에 충분히 해당한다"며 "피해자는 '자신과 같이 고통받는 사람이 또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며 스토킹 처벌법의 조속한 제정·시행을 탄원하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죄명이나 표면적인 사실관계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되고, 그 책임과 약식명령의 양형보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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