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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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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제작부터 마약제조까지…베트남 뿌리깊은 중국 혐오 이유있었네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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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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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66] 베트남의 반중 정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정치나 국제 관계에 전혀 관심 없어 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뿌리 깊은 반중 정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쓰다가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혹시 이거 중국산 아니야"라고 농담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베트남이란 나라가 탄생한 역사 자체가 중국과의 갈등 극복 역사이기도 합니다. 수십 년 전에는 국경지대에서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벌이는 남중국해 분쟁으로 양국 간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9월 벌어진 일인데요. 미성년자를 고용해 음란물을 제작한 중국인에 대한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다낭법원은 중국인 남성 5명과 베트남 여성 1명에 대해 미성년자를 등장시켜 음란물을 제작하고 판매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중국인 남성 A씨는 관광비자로 베트남에 들어와 베트남 여성 B씨를 만났습니다. A씨와 B씨는 연인 관계로 발전해 음란물을 제작하기로 의기투합했죠. B씨는 자신의 집을 촬영 장소로 제공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고임금을 약속하며 출연자를 모았습니다. 2019년 2월부터 9월까지 그들은 베트남 여성 4명을 고용해 음란물을 제작했죠.

그들은 여성들에게 동영상은 중국 전용 SNS를 통해서만 게시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6시간 동안 음란물을 촬영하는 대가로 70만동(약 3만5000원), 게시물 1건이 올라가는 대가로 별도 100만동(약 5만원)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가족 중 1명이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를 공안에 신고하면서 이들의 범죄 행각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번 판결로 베트남 여성 B씨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음란물 촬영 목적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아 10년6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연인이었던 중국인 A씨는 7년6월형을, 나머지 공범 역시 2년3월~7년6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중국인들은 베트남에서 형기를 다 채우고 중국으로 추방될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 중국인이 중범죄로 공분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중순에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마약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중국인들이 붙잡힌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인 8명과 베트남인 2명이 마약 제조 혐의로 체포됐는데 마약 원료 물질 수백ℓ와 화학물질 13t, 관련 장비 20t도 압수됐죠.

여러모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크게 망가진 베트남 상황입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 반사이익을 타고 '포스트 차이나' 전략으로 제조업을 유치하던 베트남은 코로나 대유행 사태에서 나라 전체 문을 통째로 닫아거는 초강수를 두며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생각하는 베트남 입장에서 중국이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겠죠.

중국, 한국, 일본 등과 함께 한자문화권인 베트남 역시 중국의 고대 전략서에 밝습니다. 2300여 년 중국 전국시대 때 나온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 원칙을 모를 리 없죠. 최근 베트남이 국경을 접한 중국과 거리를 두고 멀리 있는 미국과 가까워지려고 유독 노력하는 것도 이 같은 국민 정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는 미국은 '아세안 시프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 수입시장에서 2018년 12위 자리였다가 2020년 상반기 6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아직까지 베트남 내 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정서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과 베트남 간 벌어지는 간극을 파고들어가 경제 성장동력을 삼을 여지가 있을까요.

[하노이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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