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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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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의 역설'…최대 한류 공연장 관통 하천 정화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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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CJ라이브시티 개관 전 한류천 수질개선 힘들 듯

고양시, 맹꽁이 서식지 뺀 구간만 하천 폭·수심 조정 검토

(고양=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경기 고양시가 일산 호수공원 부근 하천에 서식하는 맹꽁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서천 유부도에서 2017년 발견된 멸종위기종 맹꽁이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내 최대 한류 전용 공연장으로 건설되는 아레나를 포함한 CJ라이브시티 부지를 관통하는 한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맹꽁이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맹꽁이는 주로 낮에 땅속에서 지내다 밤에 활동하고 장마철에 번식하는 특성을 가진 양서류로 10월부터 동면한다. 주요 서식지는 경북 경주와 충남 태안, 광주 무등산 등이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강까지 약 2.6km를 흐르는 한류천 상류에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사실은 2018년 처음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맹꽁이가 발견되면 서식지는 자연환경도 1등급으로 고시돼 개발이 엄격히 금지된다.

고양시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2019년 12월 CJ 측과 '한류천 수질개선·친수공간 조성' 협약을 맺었다.

하천 수질을 2등급 수준으로 개선하고 CJ라이브시티와 어울리는 친수공간을 만들어 한류천을 세계적인 관광 문화단지로 조성하겠다는 협약이다.

일산 신도시의 우수로인 한류천의 현재 수질은 3등급으로 평가받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종종 4등급으로 떨어진다. 여름에는 녹조와 기름띠가 발견되고 심한 악취를 풍기는가 하면 폭우 직후에는 침전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유속이 낮아 하천 바닥에 침전물이 쉽게 쌓이는 데다 홍수 때 오·폐수가 다량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협약 이행을 위해 침전물을 긁어내고 강폭을 줄인 다음 맑은 물을 상류에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수질을 개선하기로 하고 예산 약 11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맹꽁이 서식지 때문에 하천을 정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업 예산안 심의가 지난해 12월 시의회에서 표류하다 대안 마련을 조건으로 간신히 통과됐다.

한류천 수질은 국내외에서 연간 약 2천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CJ라이브시티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 변수라고 판단한 고양시는 고심 끝에 최근 대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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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7일 열린 CJ라이브시티 착공식 및 비전 선포식 장면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류천 하류의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재이용수)을 끌어들이고 나머지 구간에는 인근 일산 호수공원의 맑은 물을 활용해 수질을 개선한다는 방안이다.

다만, 맹꽁이 서식지인 약 250m 구간을 원형대로 보존해야 하는 사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고양시는 조만간 국립생태원에 자연환경도 등급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나 수용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한류천 실태조사를 벌여 등급 조정을 이미 거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자연환경도 등급이 조정되지 못하면 맹꽁이 서식지를 제외한 구간에서 준설공사와 함께 강폭 축소 공사를 벌일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수질개선 효과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맹꽁이가 사는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정작 인접한 하천의 오염된 환경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역설 탓에 생기는 기현상이다.

맹꽁이 서식지는 CJ라이브시티 단지에 포함돼 수변공원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도 옥에 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관훈 고양시 도시균형개발과장은 6일 "이달 완성되는 한류천 수질개선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한류천 정비계획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연환경도 조정이 무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 그렇게 되면 CJ라이브시티가 개장하는 2024년 이전에 한류천 정비작업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J라이브시티는 30만2천265㎡ 부지에 1조8천억 원을 들여 실·내외 6만석 규모의 음악공연장인 아레나와 한류 콘텐츠 체험장, 호텔 등 상업시설을 갖추는 K-컬처밸리로 지난달 27일 착공식이 열렸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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