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양형위, 8일 '젠더폭력과 양형' 심포지엄
'젠더폭력 범죄와 양형' 공동 심포지엄 |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 7월 말다툼 도중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의 '데이트폭력 상해치사' 사건으로 젠더 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스토킹 범죄나 데이트폭력 등 젠더 폭력에 적용할 새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함께 오는 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젠더폭력 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고 5일 밝혔다.
여성정책연구원이 미리 배포한 '젠더폭력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 개선방안'에서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는 기존 양형 기준의 하나의 범죄군으로 수렴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스토킹 행위가) 주거침입,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폭행, 협박 등으로 기소되던 상황에서 이런 행위들을 따로 취급하지 않고 지속성과 반복성을 명시한 스토킹 처벌법으로 통합한 의미는 스토킹 범죄가 이와 같은 기존 법률에 규정된 범죄 행위의 단순 가중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같은 스토킹처벌법의 취지 및 내용을 되새긴다면 스토킹 행위로 정의되는 행위에 해당하는 기존 양형기준에 개별적으로 편입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서 "스토킹범죄 자체를 다루는 별도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복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스토킹처벌법은 지난달 21일 시행됐다.
또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도 새 가중요소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가족부 법률자문관인 김재남 의정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토론문에서 "데이트폭력 범죄는 폭력이 반복되며 재범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 교제 관계에서 형성된 우월적 지위나 신뢰 관계를 이용해 취약한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이뤄진다"고 범죄 특성을 분석했다.
또 그는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공간적 취약 상황에서 주로 발생해 중대범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런 점이 양형 가중요소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부장검사는 "교제하는 사이에서 신뢰 관계를 나쁘게 이용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동기에 특이점이 있다"며 "폭력 범죄의 가중요소로서의 '비난할만한 범행 동기'에 '결별 요구에 대한 불만·보복, 교제 내지 만남 강요' 등을 포함하고, '신뢰관계의 이용', '우월적 지위의 이용'이라는 양형 인자를 가중요소로 도입해 데이트폭력 범죄의 양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현행 입법체계를 볼 때 젠더 폭력에 대한 독자적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안은 젠더 폭력에 관한 통합적인 개념 정의를 전제로 하는 처벌법이 입법화되지 않는 한 현실화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굳이 젠더폭력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젠더폭력을 포섭할 수 있는 살인 범죄, 폭력 범죄 등에 젠더 폭력의 특수성 요소를 양형 인자로 추가한다면 젠더폭력에 대한 합리적인 양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스토킹처벌법처럼 완전히 새로운 법률로 젠더폭력을 규율하는 범죄에 있어서는 그 범죄에 맞는 양형기준을 새로 도입해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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