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항소심 결심공판일인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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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심리로 5일 오전 열린 장씨와 남편 안모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장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또 검찰은 아동학대예방 교육 이수와 10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 30년간 전자장치 부착,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현행법상 가석방 가능성을 배제하는 절대적 종신형이 없기 때문에 무기징역형은 사형을 온전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범 위험성이 높아 법정 최고형 선고가 마땅하다"며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아동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행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또 극한 고통 속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피해자의 죽음 위로하기 위해 사형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양부 안씨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다. 또 아동학대예방 교육 이수와 10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이 스스로 방어가 어려운 16개월 피해자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를 잔혹하게 학대한 장씨를 방치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행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1심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한 안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장씨는 최후 진술에서 "힘겹게 살다가 힘겨운 인생을 마감한 딸에게 죄스럽다"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화와 분노에 끌려다녀 엄마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며 "불쌍한 피해자가 된 우리 딸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제가 한 짓은 입에 담기에도 역겹다"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또 "저는 비정상적이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 분명하다"며 "최악의 엄마를 만난 둘째에게 무릎 꿇어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인간의 가장 더럽고 추악한 모습 가진 사람"이라며 딸에게 반성하며 살겠다"고도 했다.
또 "온 국민에게 저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됐다"며 "입양 가족과 섬기는 신 이름을 욕되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너무 큰 죄를 지어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둘쨰째 엄마에게 학대 당해 죽은 애로 기억되게 해 죄송하다"며 "너무 큰 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최후 진술을 마무리했다.
안씨는 최후 진술에서 "아빠인 저의 무책임과 무지함으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충격과 고통을 받은 분들께도 사죄드린다. 저의 잘못으로 동일한 범죄자 취급을 받으신 부모님께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째에게도 이 모든 일이 제가 아빠로서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무책임하고 무지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되돌릴 수 없고, 용서받을 길 없는 것을 알지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너무나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공판에서 장씨의 변호인은 재판장의 허락을 구한 뒤 장씨와 숨진 정인양이 함께 찍은 다수의 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하며 어떤 장면인지 장씨에게 묻기도 했다.
장씨는 변호인의 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이 감정이 오락가락한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 제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화날 때는 하면 안 될 일을 했다"며 "싫거나 그런 부담스러운 감정은 아닌데 그 이후에 있게될 부정적 생각 때문에 더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정인이에 대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장씨는 "밥을 안 먹을 때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 생길까봐 그것도 걱정이 됐고, 또 아이는 당연히 지저분하게 먹을 수 있는데 지저분해진 것도 비위생적이라 걱정이 됐고, 이런 건 다 애 키우면서 당연한건데 제가 불안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하면 안될 짓을 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생각했던 건 첫째와 똑같이 키우려는 마음에 둘째는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제 뜻대로 안돼서 화가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학대하고 나면 어떤 마음이 들었냐'는 변호인 질문에는 한숨을 내쉬며 "죄책감과 후회가 많이 몰려왔다"며 "그래서 항상 아이를 때리고 나서는 참 많이 미안하고 그랬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제 자신이, 제 자신을 조절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 신문 말미 피해자에 대한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장씨는 흐느끼며 "반성하고…, 정말 미안하고…, 제가 진짜 죽고 싶고, 지금도 왜, 어떻게 그런 짓들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진짜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말밖에…"라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지난해 6∼10월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같은 해 10월 13일 발로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장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 혐의로 장씨를 추가 기소했다.
장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에게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살인죄 유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공소사실 중 '발로 정인이의 복부를 강하게 밟았다'는 부분에 '주먹이나 손 등으로 강하게 때렸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했다.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 판결 선고기일은 오는 26일로 잡혔다.
한편 '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올해 초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에는 아동학대범죄의 법정형을 높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공무원이 신고된 현장 외의 장소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할 때 경찰이나 공무원이 신고자나 목격자, 피해아동과 아동학대행위자를 분리해 조사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신설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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