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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화석연료 투자는 그대로…‘탄소중립’ 약속한 금융계, 그린워싱 논란만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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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발표
구체 방안 없어 ‘빛 좋은 개살구’


전세계 자산의 40%를 관리하는 금융사들이 탄소 감축을 위한 녹색 투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제대로 된 기준 없이 넷제로라는 목표만 앞세워 ‘그린워싱(친환경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5개국의 은행, 보험사, 증권거래소 등 450개 금융사들의 연합체인 ‘넷제로를 위한 유엔 글래스고 금융 연맹(GFANZ)’은 3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GFANZ는 전 영국은행 총재 마크 카니가 지난 4월 결성한 연맹체로 HSBC 홀딩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세계 주요 투자관리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총 자산규모는 130조달러(약 15경3400조원)이 넘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향신문

영국 재무장관 리시 수낙은 3일(현지시간) COP26에 참석해 영국이 전세계 최초 탄소중립 금융센터가 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수낙 재무장관은 GFANZ의 선언이 “전세계가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사적인 자본의 벽을 세운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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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ANZ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투자사들로 하여금 탄소 배출을 줄이게 하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GFANZ는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치를 5년마다 검토하고 투자사들의 탄소배출량 등 진행 상황을 매년 보고할 계획이다.

연맹체를 이끄는 마크 카니는 이날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제 모든 재정적 결정이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기후변화를 금융의 최전선으로 옮기기 위한 설계도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녹색 투자 선언이 ‘빚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도 나온다. 목표는 거창하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검증하는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원칙, 정의, 측정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SBTi는 “이는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하고 그 주장들을 검증할 수 없게 만든다”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했다.

런던의 한 싱크탱크가 올 여름 기후 테마 펀드 130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홍보한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화석연료 제한’ 항목으로 분류된 일부 펀드는 정유사와 화석연료 유통업체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금융사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멈추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아 이번 선언이 그린워싱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신규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국제환경단체 350.org의 설립자인 빌 맥키벤은 “화석연료를 다루지 않는 기후위기 대응 연맹체는 담배를 다루지 않는 금연 연합이랑 같다”면서 “화석연료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상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선언은 비웃음밖에 사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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