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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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K방역 등 경제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를 미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하락세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투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여성 고용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교육 수준과 역량은 높아졌으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5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위다. 스웨덴·일본 등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충격을 줄이려면 출산율 제고뿐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유지하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청년 여성 삶의 우선순위는 ‘일’로 바뀌었고 출산과 육아로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출산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은행이 인용한 ‘OECD 자료(2011)’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여성 고용과 출산율이 정의 상관관계로 변화하는 추세다. 여성 고용이 확대·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고, 출산율 제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도 한국의 노동시장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이 14.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의 목표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여성 고용률 제고를 더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기 때마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여성 고용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면 서비스업 등에 집중된 여성 고용을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돼 있고 임금 수준도 높은 제조업이나 전문 서비스업 등으로 확대해 나가려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근로자 또는 관리자 비율이 해당 업종의 평균 70%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개선 계획을 내도록 하는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제도를 여성 고용이 특정 수준 이하인 사업장에 대해서도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50대인 필자가 아이를 한참 키우던 때는 일하는 엄마가 흔하지 않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 ‘독한 엄마’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엄마도 직장을 가진 사람이고, 아빠도 당연히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구조가 갖춰질 때 저출산 극복의 희망도 보일 것이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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