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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손아섭 '뚝 떨어진 장타력' 에이징 커브가 의심된다[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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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간판 타자 손아섭(33)은 올 시즌 장타력 부재로 신음했다.

원래 크게 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었다. 통산 최다 홈런은 탱탱볼이 절정에 이르렀던 2018시즌의 26개다.

하지만 손아섭을 만만히 볼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홈런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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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이 올 시즌 장타율 부문에선 지독한 부진을 겪었다. 에이징 커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세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러나 올 시즌 손아섭의 장타력은 크게 추락했다. 장타율이 0.397에 불과했다. 지난 해(0.493)에 비해 거의 1할 가까이 장타율이 떨어졌다.

손아섭이 올 시즌 친 홈런 수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손아섭이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서 최저 수준이었다.

손아섭은 장타력이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었다. 지난해에도 홈런이 11개에 그쳤다. 하지만 장타율은 0.493으로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올 시즌이 유독 안 좋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 동안 손아섭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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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으로 손아섭의 구종별 타격 성적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손아섭은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지난해 패스트볼 공략 타율은 0.379나 됐지만 올 시즌엔 0.304로 크게 떨어졌다. 패스트볼을 장타로 만드는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패스트볼 장타율은 0.526이나 됐다. 하지만 올 시즌엔 0.377로 형편 없이 떨어졌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점차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손아섭의 스윙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에 대한 대처가 좋지 못한 것도 패스트볼과 연관성이 있다. 빠른 공에 대처가 잘 안 되다 보니 비슷하게 오다 떨어지는 공에도 잘 속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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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별 타구 유형을 살펴봤다. 이 역시 패스트볼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손아섭의 패스트볼 공략이 땅볼이 되는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59%로 껑충 뛰었다. 패스트볼 공략한 공 중 60% 가까운 공이 땅볼이 됐다는 뜻이다. 패스트볼을 장타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수치다.

강한 타구를 만드는 비율은 20%로 지난해의 15% 보다는 높아졌다. 하지만 땅볼은 강하게 맞아 나가도 야수 정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타구다.

땅볼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손아섭이 패스트볼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패스트볼이 라인 드라이브가 되는 비율도 26%에서 18%로 뚝 떨어졌다. 플라이볼 비율도 23%에서 17%로 내려 앉았다. 공을 잘 띄우지 못하니 장타가 될 확률이 그만큼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가 확실히 지난해 보다 무뎌졌다는 증거다. 에이징 커브를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정황이다.

파워에서 확실히 상대 투수들에게 밀렸다는 증거는 또 있다. 하이 패스트볼 공략 성공률이 바로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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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은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최근 트랜드와 멀어지는 타격을 보여준 셈이다.

타자들이 어퍼컷 스윙을 많이 장착하자 투수들은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타자 눈 높이로 공을 던져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손아섭은 바로 이 승부에서 약점을 보였다.

지난해엔 하이 패스트볼 타율이 0.500으로 대단히 높았다. 상대의 노림수를 받아치며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냈다. 하이 패스트볼의 장타율도 0.708이나 됐다.

손아섭에게 함부로 높은 공을 던지다간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이런 장점이 도드라지지 못했다.

일단 타율이 떨어졌다. 하이 패스트볼 타율이 0.278로 내려 앉았다. 하이 패스트볼의 장타율은 0.306으로 반토막이 났다. 타자들과의 파워 대결에서 손아섭이 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역시 에이징 커브를 의심하게 만드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다.

강한 타구 비율은 조금 높아졌지만 잘 맞은 타구도 땅볼이 되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땅볼 비율이 41%에서 48%로 높아진 것은 좋은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

특히 하이 패스트볼은 공의 위치가 높기 때문에 땅볼 비율이 낮아야 정상이다. 땅볼 비율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힘에서 밀렸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손아섭은 10월 대단히 매서운 타격을 보여줬다. 월간 타율이 0.371이나 됐고 시즌 3개의 홈런 중 2개를 몰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전체 데이터는 손아섭의 에이징 커브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10월의 깜짝 반등만으로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손아섭은 내년 시즌 자신의 타격 그래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까. 힘이 아닌 기술적 문제라면 보완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술 보다는 힘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타율은 여전히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떨어진 장타력은 손아섭에 대한 상대 팀의 공포심을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손아섭도 이제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다. 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질 수 있는 시기다. 이에 대한 맞춤형 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내년 시즌 손아섭이 장타력 부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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