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 추진에 당에선 가상자산 과세유예 군불 지피기
홍남기, 재난지원금에 말 아껴…각세우던 이재명, 공개 칭찬글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추진하면서 이들 정책을 놓고 당정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후보와 '나라 곳간 지기'를 자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에 '구원'도 이 같은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시행 예정이던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당정 또는 상임위 차원에서 주 추진 방향을 밝히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이자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개념 정립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관련법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에 준비해 2023년 소득분부터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이 후보 공약에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답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문제에 대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과세 1년 연기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팔아 번 소득(양도차익)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 250만원을 공제하고 그 이상에 대해 세율 20%를 메기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이 후보와 홍남기 부총리가 대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지급) 해야 한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반면 홍 부총리는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신 피해 계층에만 선별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했으며 이번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박 의장은 이날 이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법, 규모, 절차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면서도 "검토가 안 되었는데 '올해 안에 할 수 있느냐', '100만원을 주느냐' 이런 것은 답을 줄 수 없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이대남'과 중도·중산층을 잡기 위해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추가 부담에 따른 국가 부채 증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정·청 간에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당내에서 나온다. 결국 홍 부총리가 수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일부 조정되더라도 결국 원만하게 협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홍 부총리를 거론하면서 공개 칭찬해 그 배경을 놓고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홍 부총리께서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한국 경제 설명회 자리에서 (국내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고, MSCI 측과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하신 부분은 참으로 옳으신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종의 '홍남기 달래기' 차원의 유화 제스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런던 한국경제설명회서 기조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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