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여론 따라야"…홍남기 압박하며 돌파 모색
"요구하듯하면 당이 어렵다"…일각 우려에 당내 갈등 조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연합뉴스와 인터뷰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인 본선 행보와 함께 논쟁적인 이슈들을 쏟아내고 있다.
초반 이슈의 초점을 대장동 의혹에서 정책 토론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와 함께 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앞질러 나가면서 혼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경기지사에서 물러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음식점 총량제, 주4일 근무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 카드를 쏟아냈다.
직접 대장동 결합개발 현장을 찾아가는 등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이슈에도 예상보다 반걸음 앞서가며 정책 보따리를 풀었다.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에서 그치지 않고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및 취득심사제, 수사권을 보유한 부동산감독원 신설 등의 구상도 밝혔다.
대권가도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대장동 의혹을 오히려 자신의 실행력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음식점 총량제와 주4일제 언급 역시 '반헌법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야권의 맹비난에 직면했지만, 대장동 이슈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이 후보는 1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을 향해 "비전과 정책은 제쳐두고 서로 '이재명 비방 전문가'만 표방하시니 국민이 어떤 평가를 할지 안타깝다. 온갖 망언과 막말 외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떤 분이 선택되든 제대로 된 정책토론을 해 봤으면 한다. 부동산 정책도 좋고 기본소득 논쟁도 환영한다. 명확한 근거를 가진 신상검증도 좋다"고 비꼬았다.
정책 논쟁으로 초점이 옮겨지면 판을 유리하게 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까지 밀어붙이면서 다시 한번 논쟁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정의당까지 대선을 앞둔 '매표 정치'라고 비판했고, 이에 민주당이 엄호에 나서면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는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단순히 반대만을 위해 폄훼하지 말라. 정쟁으로 이끌어가는 시도는 국민에 피해를 떠넘길 뿐이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지원금의 효과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정도 더 걷힐 예정"이라며 "이 재원을 기초로 국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꺼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미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온 상태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나오자, 여권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당에서 오랫동안 정부와 상의하고 논의했던 내용에 관해 결정된 듯이, 혹은 요구하듯이 해 버리면 당이 굉장히 어렵다"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과거 여러 차례 겪었던 '당정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대화하고 또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선별 지급론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후보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벽'을 어떻게 넘겠느냐는 질문에 "도전해야 한다. 돌파하려면 곳간을 지키는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며 "한 달 넘는 기간 정기국회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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