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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연합시론] 전국민 재난지원금 꺼낸 이재명, '국면전환용' 시비 유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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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연합뉴스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경기도 성남시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10.31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여당 대선주자로서 정책행보를 본격화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논쟁적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주 4일 근무제,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등 스스로 제시한 정책공약이 '포퓰리즘', '반(反)시장' 등 시비에 휘말리면서도 본선 초반 의제를 선점하면서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주 4일 근무제는 성급한 아이디어로 치부되자 이 후보 본인이 일단 발을 뺀 모양새다. 하지만 사실상의 6차 재난지원금 이슈에 대해서는 본인이 강력한 의지를 실은 데다 여당의 지원사격까지 나온 터라 향배를 주목하게 된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모두가 입은 피해에 비해 국가지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 회생과 국민의 헌신과 협력에 대한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틀 뒤에도 "코로나 국면에서 추가로 최하 30만∼50만원은 해야 한다"며 "1인당 100만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48만∼50만원 가까이 지급됐다"고 세부 지원 규모까지 제시했다. 1일에도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최고위 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면과제'로 못 박으며 제도화 노력을 약속했다. 같은 당 송영길 대표도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더 걷힐 예정"이라고 거들었다. 여당 수뇌부가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6차 재난지원금이 내년 예산심사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후보의 정책행보는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고발사주 등 여야 주자가 연루된 비리 의혹 스캔들과 인신공격으로 점철됐던 대선 레이스에서 정책경쟁을 환기했다는 점에서다.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을 맞아 후보와 캠프들이 건전한 정책 공방을 주고받으며 당면한 민생문제의 해법을 찾거나, 미래 담론을 경쟁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바람직스럽다. 하지만 이번 이 후보의 정책행보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6차 재난지원금의 공론화가 '선심성 돈풀기' 시비를 불렀음을 꼽을 수 있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이고, 여당 대선주자가 내세운 정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후보가 제시한 규모라면 15조∼25조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된다고 한다. '매표 행위'라는 비판과 더불어 '국면전환용 대장동 이슈 덮기'라는 야당의 공세도 예사롭지 않다. 재난지원금이 제대로 된 정책논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이 후보와 여권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벼랑 끝에 선 취약계층의 선별지원을 강화하는 게 먼저라는 여론도 경청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주4일 근무제 등도 그 자체로는 가볍지 않은 테마이지만 이 후보가 불쑥 꺼냈다가 주워 담으면서 성급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경우다. 우리나라 자영업 종사자는 700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1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음식점 주인들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당경쟁으로 이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해 식당 수를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다소 즉흥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주4일 근무제' 언급도 같은 선상에 있는 사안이다. 반대가 거세자 이 후보는 각각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이번 대선공약으로는 이르다"고 물러섰다.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파장이 크다. 자칫 국면 전환용이라는 오해를 사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정책토론이 포스트 코로나 국가 운영의 비전과 철학을 끌어낼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이 후보의 사려 깊은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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