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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박경수 스스로 만든 첫 한국시리즈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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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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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인생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 KT 박경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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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 이상 투구가 얼마나 어려운 지는 2001년 월드시리즈서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보여줬다. 애리조나는 첫 우승을, 상대 뉴욕 양키스는 26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최강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애리조나는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섰다. 운명의 4차전. 애리조나는 8회 초 2점을 뽑아 3-1로 리드했다. 8회 말 양키스타디움에 한국형 잠수함이 떴다.

메이저리그서 가장 유니크한 투구 폼을 지닌 김병현이었다. 등판하자마자 세 타자를 내리 삼진 처리했다. 압도적 구위였다. 9회 말 애리조나 마운드는 여전히 김병현이었다. 첫 타자 데릭 지터를 땅볼로 잡아낼 때만해도 경기는 그대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오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스위치히터 버니 윌리엄스를 삼진 처리했다. 마지막 한 타자. 김병현은 좌타자 티노 마르티네즈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3-3 동점. 10회 말 김병현은 다시 마운드에 섰다. 투아웃까지 잘 잡았으나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10월 31일 KT와 삼성의 1위 결정전. KT가 1-0으로 앞선 8회 말이었다. 1사후 삼성 김지찬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루상에 나가면 상대를 머리 아프게 만드는 주자다. 올 시즌 도루 성공은 23번, 실패는 4차례.

투수 박시영이 9번 타자 오선진에게 거푸 볼 두 개를 던졌다. 경기의 무게가 주는 중압감, 1-0의 초박빙에 8회 말, 눈앞에서 성가시게 움직이는 빠른 1루 주자. 투수의 집중을 흐트러지게 만드는 요소가 많았다.

KT 이강철 감독은 볼카운트 2-0에서 투수를 마무리 김재윤으로 바꾸었다. 순간 퍼뜩 드는 생각이 ‘9회는 어떡하나’였다. 마무리 투수는 고도로 집중한 상태서 마운드에 오른다. 그 긴장감을 다음 회까지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2001년 8회를 3K로 끝낸 김병현이 바로 다음 회 무너진 이유였다.

김재윤은 오선진과 1번 박해민을 연속 2루 땅볼 처리했다. 이번엔 9회 말. 슬슬 염려가 됐다. 첫 타자는 구자욱. 시즌 3할(0.306)을 때려냈고, 홈런도 22개나 된다. 한 방이면 동점이었다.

구자욱이 때린 타구는 분명 안타로 보였다. 2루수와 1루수 사이를 총알처럼 빠져나가는. 그 순간 박경수(37)의 몸이 반사적으로 넘어지며 타구를 건져냈다. 1루수에게 던져 아웃. 2015년 창단한 막내구단 KT를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호수비였다.

뿐만 아니다. 프로 18년 차 내야수 박경수 스스로에게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해준 명품 수비였다.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LG는 그가 입단하기 한 해전 우승팀. 하지만 LG 유니폼을 입은 12년 동안 박경수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가 입단하기 전 우승한 후 감감 무소식이었다.

박경수는 2015년 창단 팀 KT로 옮겼다. 그에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졌으나 팀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지난 해 승률 2위에 올랐으나 두산에 패해 한국시리즈까진 진출하지 못했다.

박경수는 성남고 시절 명유격수로 주목받았다. 성남고는 2004년 청룡기 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경수가 졸업한 1년 후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포함 결승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올 해 비로소 그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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