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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로마 G20 정상회의

"브라질 대통령 G20 행사 안갔나" 물은 기자, 경호원이 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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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경호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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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언행으로 악명 높은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이 이번에는 해외 순방 일정 중 그를 취재하던 기자가 폭행 당하는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오 글로보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취재 과정에서 오 글로보 소속 레오나르도 몬테이로 기자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호원에게 폭행 당했다.

몬테이로 기자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왜 다른 정상들이 참석하는 G20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냐”고 물었던 게 발단이 됐다. 같은 날 G20에 참석한 정상들이 로마의 관광 명소인 트레비 분수에서 '행운의 동전'을 던지는 기념촬영 행사를 했는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불참한 배경을 묻기 위해서였다. 촬영 행사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일정 상의 이유”로 불참했던 차였다.

이 때문에 몬테이로 기자의 질문은 통상적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가까이 접근하자 경호원 가운데 한 명이 이를 막으며 기자의 배 부위를 때리고 밀쳐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대사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에게 향하던 길이었다. 기자의 배를 가격하는 경호원과 취재진에 욕설을 퍼붓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뒤엉키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보우소나루는 오랫동안 ‘가짜뉴스’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해왔다고 주장해왔지만, 브라질 기자에 대한 공격 소식은 극우 대통령에게 암울한 주말을 더 했다”고 꼬집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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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31일(현지시간) 로마 관광 명소인 트레비 분수 앞에서 '행운의 동전'을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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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 앞서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로 보였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매체는 복수의 취재원을 인용해 보우소나루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G20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나는 언론이 말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이해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다른 지도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도는 듯한 모습에 메르켈 총리가 먼저 다가간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 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참석하는 바람에 다른 지도자들의 식사자리에 끼지 못 하고 별도로 야외 식사를 한 바 있다.

올리버 스투엔켈 브라질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다른 세계 정상들이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혼자 돌아 다니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브라질의 위상이 그만큼 실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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