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G20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 중인 마크롱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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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미 대통령은 마크롱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미·영·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창설 과정에서 빚어진 프랑스와의 갈등을 사실상 사과하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 회담 직후 언론과 만난 마크롱은 "양국간 회담이 유익했다"면서도 "신뢰는 사랑과 같다. 선언은 좋지만 이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 더 좋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앞서 지난 9월 15일 미국은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기 위해 영국·호주와 오커스를 창설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가 호주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6조 200억원)짜리 잠수함 공급 계약이 파기되자 프랑스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크게 반발했다.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29일 바이든과 만나 악수하고 있는 마크롱.[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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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에도 마크롱은 파기된 호주와의 잠수함 계약 관련,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앙금을 표출했다. BBC 등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로마에서 호주 기자로부터 "잠수함 계약 관련 만남에서 모리슨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호주를 존중하며 우리 사이 존중이 있을 때, 호주는 진실해야 하고 또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계속 이런 가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마크롱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가디언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마크롱과 파리에서 만났을 때 나는 여러 차례 매우 명확하게 디젤 잠수함은 호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30일 로마에서 만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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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마크롱의 만남으로 봉합이 예상됐던 '오커스 사태'는 관련 국가 정상들의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30일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프랑스와의 (잠수함) 계약 진행 상황을 바이든 행정부에 꾸준히 알렸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바이든이 마크롱에게 "당시 프랑스와 호주의 계약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일었다.
마크롱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는 또 다른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양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 해안에서의 어업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마크롱은 G20 개막 직전인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영국이 보여온 행동으론 영국을 신뢰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고, 같은 날 존슨 총리도 인터뷰에서 "만약 프랑스가 영국과 EU 간 무역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양국 정상이 31일 G20 정상회의 비공개 만남에서 만나 어업권 분쟁을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31일 G20 정상회의 후 기념 촬영 중인 마크롱 대통령과 존슨 총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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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이처럼 여러 정상들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내년 4월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표심을 고려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31일 마크롱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한글로 게시글을 남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문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글로 "한국과 프랑스는 인도·태평양이 안정과 번영의 공간으로 유지되도록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 나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또한 기후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디지털 분야에서 양국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인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한글로 올린 게시물과 사진. [마크롱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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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양국이 탄소중립에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내년 초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장관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국도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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