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분열, 반가운 일"…박빙승부속 단일화·지지층 결집 관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대선 출마선언 |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윤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자 "출마가 직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범야권의 표 분산이 예상되면서 대선판에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으로선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물론이고,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녹록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일단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평가 절하하면서 조롱 섞인 비판을 보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대선에 나오지 않고 국민의힘과 통합하겠다고 하더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또 딴살림을 차렸다"며 "출마가 직업이신 분 같다"고 비하했다.
지난 2017년 대선 출마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안 대표의 전력을 겨냥한 것이다.
오영훈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지난 대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충분히 다 보여준 것 같다"며 "국민의 기대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한 재선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돈 많고 할 일이 없으니 때만 되면 출마한다"며 "이번에는 이름대로 철수하지 않길 바란다. 철수할 거면 출마하지 마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어차피 관둘 것 아니냐"며 "몸값 올리려고 또 나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이 여야 간 박빙의 승부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편으로는 안 대표의 '독자 완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안 대표의 지지율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던 2011~2012년 수준은 아니지만 대선 여론조사에서 4~5% 안팎의 보수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 역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출마로 표 분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 진영이 각각 '2대 2'의 구도로 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다자구도가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안 대표가 보수표를 빼앗아간다면 여권으로선 반가운 일이다. 사실상 보수 분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는 건 단일화 게임인데 본인이 될 가능성이 없으니 지분을 요구하는 방해꾼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며 "플러스 요인은 없고 부작용만 있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단일화"라고도 덧붙였다.
단일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 의원은 "(안 대표와) 단일화 과정을 경험해 본 저희로선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며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운 과정이 될지 지저분한 과정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초기 대선판이 '다자구도'로 출발함에 따라 어느 진영이 더 순조로운 단일화를 이뤄내고 지지층 총결집을 끌어내느냐가 선거 막판까지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 후보가 거듭 완주 의지를 표명하는 가운데, 이 후보가 일단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의지를 천명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오 의원은 "예전보다 (여권) 단일화 문제가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민주당 차원에서도 진보 진영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y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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