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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로마 G20 정상회의

바이든, G20서 ‘트럼프 뒤집기’ 구체화…국제적 리더십 회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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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종료된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성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마|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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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두번째 주요 해외 방문인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접근법을 보여줬다. 실추된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며 각종 국제 이슈에서 발을 빼거나 국제적 합의를 뒤집었던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과 다른 새로운 미국을 보여주며 ‘트럼프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방문을 계기로 유럽연합(EU)에서 생산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해온 관세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3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부과했던 25%와 10%의 관세를 제한된 수입량에 대해 철폐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벌여온 무역전쟁을 종식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악화된 대서양 동맹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독일, 프랑스, 영국 정상과 만나 이란의 핵협상 복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 독일(P5+1)은 2015년 이란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핵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란은 물론 다른 유럽 참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JCPOA에서 탈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JCPOA 복귀를 선언했으며 유럽 국가들의 중재 아래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도 15% 설정도 적극 주도했다. 각국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소 건립과 관련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버락 오바마 정부가 설정했던 미국 내 자동차 연비 기준과 배출가스 기준 등 환경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G20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로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힘은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되는 이슈들에 있어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에서 나온다”면서 “상호 이해와 협력을 구축하는 데에는 지도자들이 면 대 면으로 만나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러시아,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상이 이번 회의에 불참한 사실을 지적했다. 중국에 대비되는 미국의 리더십을 부각 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서 “사람들이 실망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실망스러웠다”면서 “중국이 하지 않은 것, 러시아가 하지 않은 것, 사우디아라비아가 하지 않은 것에 계속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자신이 기후변화를 최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유럽 순방에 이어 두번째 해외 순방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미국이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이 국제 현안에서 일방적으로 퇴장하면서 안긴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를 실현할 입법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와 여당인 민주당 내분으로 몇 달째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5550억달러(약 653조5125억원)에 달하는 기후변화 예산도 함께 계류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들이 이번 주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만약 법안들이 다시 표류한다면 미국의 기후변화 리더십은 크게 실추될 수 밖에 없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걸림돌이다. NBC 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42%였다. 지난 8월 조사에 비해 7%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변도 71%에 달했다. 정치분석전문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비슷한 재임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보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낮은 경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지지율 하락은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 도전 의사를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동맹국들은 대서양주의(미국·캐나다와 유럽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각)에 깊이 헌신하는 대통령이 재임할 때 최대한 진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말은 정책 변화를 최대한 높은 수준의 합의를 통해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뒤집으면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에 재집권 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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