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으로 신변 위험…영국 정부가 탈출 지원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아프간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 시위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집권으로 신변이 위험해진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29명이 영국 런던으로 탈출했다.
하아마 통신 등 아프가니스탄 언론과 외신은 이들 성소수자가 지난 29일 런던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후 성소수자가 영국으로 탈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부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들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이 출국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대한 도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러스 장관은 성소수자의 영국 내 법적 지위나 이들의 탈출 과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런던에 도착한 한 동성애자 남성은 BBC방송에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무너진 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정착 등을 위한 지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성소수자 난민 지원 단체인 마이크로 레인보우의 서배스천 로카 대표는 "이들 아프간인을 위한 은신처가 마련되고 있다"며 의료, 취업, 상담 등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 최대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스톤월, 캐나다 단체인 레인보우 철로 등도 아프간 성소수자 지원에 합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카불에서 경계 활동 중인 탈레반 대원. |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계열인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탈레반은 도둑의 손을 잘랐고 여성의 외출·교육·취업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돌로 쳐 죽게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과거보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성소수자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성소수자의 권리는 존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에서는 최근 탈레반의 성소수자 수색 작업과 협박 등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두 달간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공포 정치'를 두려워한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나 국제단체와 일했던 '서방 협력자'와 외국인들은 탈레반 재집권 직후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고 공항과 주변 일대에서는 대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경검문소 등에도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밀려들었고 일부는 몰래 국경을 넘어 아프간을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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