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화해 아닌 정권의 비겁한 결정"…경찰과 잠시 대치도
올림픽공원 영결식 현장엔 시민 1천여명 몰려
영결식장 향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운구 행렬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30일 현장에서는 추모하는 분위기와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오전 9시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해 연희동 사저에서 노제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저 밖에는 주민 20여 명이 멀찌감치 골목에 서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연희동에 43년째 산다는 김모(61) 씨는 "노 전 대통령께서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오실 때 악수도 했었다. 정정하실 때는 동네에서 운동도 하셨는데…"라며 생전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나 오전 11시 올림픽공원에서 영결식이 치러진 전후로는 국가장 결정에 반대하는 청년단체가 경찰과 대치하는 등 주변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했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위해 영결식 1시간 전부터 10여 명이 모였고, 경찰이 제지하자 잠시 대치했다.
이들은 결국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벌어진 학살에 큰 책임이 있고, 노태우 정권은 공안사건을 조작해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했다"며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역사적 용서와 화해가 아닌 정권의 비겁함"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의 연·서명에는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등 7개 단체와 개인 435명이 참여했다.
영결식이 치러진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울타리 밖에는 시민 1천여 명이 몰려 멀리서 현장을 지켜봤다.
밖에서 영결식장을 볼 수 없게 검은 천막 등으로 가렸지만 시민들은 까치발을 들고 안을 보려고 하거나, 머리 위로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들며 '정치 토론'을 벌였다.
현장을 찾은 60대 송파구 주민 김모 씨는 "초상이 났으면 공과를 떠나 영면하길 기도하는 게 우리 전통 아니냐"고 했다.
70대 김모 씨는 "멀리서만 볼 수 있게 울타리를 쳐놔 아쉽다"며 "이왕 국민장을 하기로 했으면 다들 애도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개인 방송을 하려는 유튜버들도 몰려들어 이따금 소란을 피웠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하며, 유골은 파주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될 예정이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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