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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오늘 살아서 들어갈 수 있을까" 전효성 소신발언에 '싫어요' 테러…과거엔 안산·손나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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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근절 캠페인 참여한 전효성에 男 누리꾼 비난 폭주

데이트폭력 심각…최근 5년 간 데이트 폭력 신고 8만 건 넘어서

거듭되는 젠더갈등에 피로감 호소도

아시아경제

지난 25일 여성가족부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희망그림 캠페인 8편, 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는 전효성' 영상에 가수 전효성이 출연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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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여성가족부의 '희망 그림 캠페인'에 참여한 가수 전효성을 향한 일부 남초(男超) 커뮤니티의 악플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시 시작된 젠더 갈등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효성은 지난 25일 여성가족부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희망그림 캠페인 8편-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는 전효성' 영상에 출연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전효성은 데이트폭력에 대해 "범죄인지 사랑인지에 대해 그 경계선에 있는 애매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에) '이건 분명히 범죄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헷갈려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대한 분위기 때문에 자칫하면 범죄의 이유를 피해자한테서 찾을 수 있다"며 "엄연히 가해자의 잘못인데 '그 범죄가 일어난 이유는 너 때문이야'라고 (피해자가) 불필요한 시선을 받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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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여성가족부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희망그림 캠페인 8편, 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는 전효성' 영상에 가수 전효성이 출연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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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효성은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길 바라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내가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간다"며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고 다니고 싶을 때 다닐 수 있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라고 언급했다.

◆ "남성 혐오 조장"vs"폭력 근절 캠페인일 뿐"…실제 데이트폭력 해마다 증가 추세

해당 영상을 접한 남성 누리꾼은 전효성을 향해 격분하고 있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얘도 페미였다", "여자 연예인들 한물 가면 페미코인 타는 건 공식인가", "자꾸 이런 헛소리를 왜 조장하는 건가?" 등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특히 이들은 전효성이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안전하게 잘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치안 1위 국가에서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는 것은 망상이자 일종의 남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반면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자는 전효성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해당 영상에 전효성을 응원하는 댓글과 함께 "데이트폭력은 엄연한 범죄다", "여자 때리지 말라는 게 그렇게 억울할 일인가", 범죄 저지르지 말라는 영상에 부들대는 건 잠재적 범죄자라는 소리"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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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여성가족부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희망그림 캠페인 8편. 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는 전효성' 영상에 가수 전효성이 출연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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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29일 오전 8시30분 기준 약 4100개의 '좋아요'와 약 3400개의 '싫어요'를 받으며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수 홍경민, 강승구 경위 등이 출연한 해당 캠페인의 다른 영상 '좋아요', '싫어요' 수가 100~300대의 세자리수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데이트 폭력 실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폭력 신고는 총 8만1056건에 달했다. 그중 살인으로만 227명이 검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데이트 폭력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연도별로는 △2016년 9364건 △2017년 1만303건 △2018년 1만245건 △2019년 1만9940건 △2020년 1만8945건이다.

◆ 안산·손나은…다시 시작된 젠더갈등에 피로감도

일각에서는 이같은 논란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젠더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도쿄 하계올림픽 당시에도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의 숏컷 헤어스타일 등을 두고 무차별 악플 테러를 행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에서는 이 사건을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로 규정하며 한국의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해 집중 조명한 바 있다.

NYT 서울 지부 객원기자인 켈리 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안산이 짧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헤어스타일이 아직도 특정 그룹에선 논쟁거리일 정도로 반페미니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2월에는 가수 손나은이 유사한 논란에 휩싸였다. 손나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화보 촬영차 떠난 미국 뉴욕의 현지 식당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공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에서 그가 들고 있는 휴대폰 케이스에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점을 두고 "페미가 아니냐"며 악플을 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손나은은 게시물을 삭제했고, 소속사는 "해당 휴대폰 케이스는 미국 브랜드 행사에 갔다가 받은 '쟈딕 앤 볼테르'의 굿즈"라고 해명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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