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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25년 '아시아 일류' 선언한 중국 축구…'돈질' 축구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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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일류(一流) 수준에,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선두(領先)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이 지난 25일 발표한 '14차 5개년(2021~2025년) 체육발전 계획'의 내용입니다. 계획의 3장과 8장 등에는 축구와 농구, 배구 등 3대 구기 종목의 목표와 실현 방안을 담은 '진흥 공정'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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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체육총국 '14차 5개년 체육발전 계획'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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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총국은 우선 국가대표팀 관리 모델을 개선해 남녀 대표팀이 아시아 일류, 선두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축구 발전을 위해 2025년까지 인구 1만 명 당 축구장을 0.9개(중점 도시는 1개)로 늘립니다. 아마추어 축구 클럽과 학교 축구 동아리도 대대적으로 육성해 전국의 협회에 등록된 각종 축구 클럽을 5만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 스포츠와 교육을 통합하는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 여기에 등록된 선수가 150만 명에 이르도록 하고, 축구 발전의 핵심 도시 건설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대표팀 일류 달성 · 150만 선수 등록"…"순진한 생각"



체육총국은 "이번 계획이 중국 축구 분야의 개혁을 더욱 심화시키고, 조직을 완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현대 축구 발전에 부합하는 축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축구 굴기', '축구몽'을 위해 중국 전역으로 축구 저변을 확대해, 전반적인 축구 실력 향상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올림픽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체조와 다이빙 등 기초 스포츠 종목에서는 강국에 속하지만, 축구는 세계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남자 축구는 국제 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세계 순위 75위, 아시아 9위입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B조에 속한 중국은 1승 3패(승점 3점)로 6팀 중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레이와 중국 프로축구 리그인 슈퍼리그에서 뛰는 외인들을 대거 귀화시켜 대표팀에 포함시켰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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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진출처 : 중국 펑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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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총국이 내놓은 계획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우선 2025년까지 중국 축구가 아시아 일류 수준에 이른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란 지적입니다. 중국 매체 지무뉴스는 논평에서 "대표팀의 순위와 최근 경기를 보면 과연 일류가 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생긴다. 2025년까지 4년이 남았으니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농구와 배구 대표팀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도록 한다는 목표는 현실적이지만, 축구 대표팀의 목표는 상징적이다. 2025년 일류와 선두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체육총국의 입에 달렸다"도 비꼬았습니다.

150만 명의 선수를 등록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열악한 현 상황에서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 허베이FC가 모기업인 부동산업체의 경영난으로 업무가 중단돼 사무실의 수도와 전기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베이FC가 지원하던 유소년팀은 선수 부모가 경기 비용을 지원해야만 했습니다. 파산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헝다그룹의 프로축구팀 광저우 헝다 등도 불안한 모습입니다. 한 유명 스포츠 블로거는 "150만 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 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듣는 인구를 모두 등록해야 한다. 아니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그것은 숫자 조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광팬' 시진핑, '돈질'하는 축구 바꿀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축구 광팬으로 유명합니다. 국가부주석 시절인 2011년 7월 4일 시 주석은 한국의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자리에서 "세 가지 꿈이 있는데 월드컵에 진출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의 '축구몽'입니다. 시 주석은 취임 후인 2015년 3월 '중국 축구 개혁발전 종합방안'을 만들어 2030년 아시아 축구 1위 달성과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2016년에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유벤투스, 인터 밀란 등을 지도했던 명장 리피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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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일랜드 방문한 시진핑 주석 (사진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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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성적이 보여주듯이 아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개인 종목 위주의 체육 육성 정책으로 축구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과 '1가구 1자녀' 정책 속에서 자라 조직보다는 자신을 우선시하는 선수들의 개인주의 성향, 승부 조작, 선수 선발 과정에 만연된 비리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구단들이 돈을 쏟아부은 것도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중국축구협회에 따르면 중국 구단의 선수 연봉은 일본 J리그의 5.9배, 한국 K리그의 11.7배에 이릅니다. 초고액 연봉을 받는 용병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중국 선수들은 막대한 연봉을 받다 보니 굳이 해외 리그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한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중국축구협회는 슈퍼리그 팀이 지급하는 자국 선수의 연봉 상한선을 절반 정도로 깎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천취위안 중국축구협회 주석은 '돈질'하는 축구가 건강한 축구를 집어삼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중국 축구도 14억 인구와 광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체육총국의 계획도 중국 전역에 축구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현 수준을 고려하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세운 목표를 맞추기 위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베이징의 한 축구팬은 "중국 축구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정치 축구' 성향이 강하다. 축구 정책이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선수와 관계자들 사이에선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 보여주기 식 경쟁도 심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이 임기 중에 자신의 '축구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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