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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달고나 우산에 한숨, 세모에 환호…뉴욕 ‘오징어게임’ 3000명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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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과 함께 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달고나 뽑기’를 하고 있다. 박현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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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에 있는 이벤트 공간 ‘스튜디오 525’.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뉴요커들이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홍색 점프 수트를 입은 진행 요원들이 달고나 뽑기가 들어 있는 스테인리스 통을 나눠줬다. 통을 열자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우산 모양 달고나를 받은 참가자들은 망연자실했고, 동그라미나 세모 모양을 받은 쪽은 희희낙락했다.

경기 시간은 8분. 천정을 보고 끊임없이 달고나를 핥는 사람, 바늘에 침을 발라가며 콕콕 찍는 사람 등 각자 방식으로 승리를 향해 뛰었다. ‘우산 팀’은 속속 무너지는 가운데 종료를 몇 초 앞두고 환호성이 터졌다. ‘039’번을 단 참가자가 우산 모양 달고나를 완벽하게 뽑아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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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과 함께 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딱지치기’ 게임을 하고 있다. 박현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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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마련한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이었다. 3000명 넘게 몰린 지원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된 80명이 ‘달고나 뽑기’,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차례로 했다. 드라마처럼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해 최종 우승자에게 한국행 왕복항공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딱지치기는 격렬하게 진행됐다.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딱지를 뒤집기 위해 참가자들은 공중에 몸을 날렸다. 한국어로 울려 퍼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령에 맞춰 참가자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최종 우승은 뽑기에 가장 먼저 성공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처음으로 결승선을 넘은 찰스 토레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미국 게임은 오로지 승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한국 게임은 재미 요소가 있다. 다양한 역학이 존재한다”며 한국 놀이의 매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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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과 함께 하는 뉴욕 속 한국 여행’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다. 박현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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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내놨다. 음대를 졸업하고 가수로 활동하는 브리트니 휴잇(23)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면서 “한국인들이 빚에 쪼들리듯 미국도 학자금 대출 때문에 오랜 기간 빚에 허덕이는 젊은 층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수만 달러쯤 된다”면서 “미국도 중산층이 사라지고 계층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케이틀린 브라운(22)은 “미국도 초부자(ultra-rich)들이 지나치게 권력을 휘두른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다만 한국보다 조금 나은 건 젊은 층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우산 뽑기에 성공한 멕시코계 이민자 출신 크리스티안 고르딜로(26)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쉬지 않고 핥아 설탕을 녹였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산 모양을 받고도 좌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미대를 졸업하고 아티스트 조수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침착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은 항상 있다”면서 “언젠가는 내 작품을 하는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게임에 앞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한국실을 관람하고,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전시 중인 ‘한국 영화배우 200인 사진전’을 둘러봤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 슈퍼마켓과 서점에서 쇼핑하면서 뉴욕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을 ‘풀 코스’로 체험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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