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계대출 DSR 규제 강화 예고 이후 금융권 표정
기존 대출 소급적용 안 돼 일단 저장
상환 미루며 대기 자금으로 활용 등
각종 예외 조치의 ‘풍선효과’ 경계
일부 은행 선제적 신용대출 축소
NH농협, 한도 2000만원으로 하향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를 넘을 수 없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7일 은행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행보에 일단 대출을 최대한 받아놓으려는 가수요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이날 은행권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요 영업점 창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이나 기존 보유 통장 한도를 높일 수 있는지, 생활자금 마련 목적으로 기존 보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전날 정부의 DSR 규제 발표 이전과 비교해서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 영업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동산 규제지역 해당 여부와 상관없이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부터 DSR을 적용하다보니 고가 주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이외 지역 차주들 중에서도 신규 대출 실행 시 DSR 규제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들지 전화문의는 더러 있었지만 미리 대출을 끌어다 쓰려는 차주들로 창구가 붐비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 차주들이 이미 대출을 최대한 끌어놨다고 본다. 당국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2배에서 연봉 이내로 줄여놓은 상태여서 차주들이 대출을 더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오히려 DSR 규제가 즉시 시행되지 않고, 각종 예외조치를 둔 데 따른 풍선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주별 ‘DSR 40%’ 규제는 기존 대출에는 소급적용되지 않고, 내년부터 신규 대출로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만 대상이 된다. 이에 기존 신용대출 상환을 미루고 이자만 내면서 대출금을 나중에 공모주 청약이나 가상자산 투자, 갭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창구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차주들이 상환만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다른 신용대출을 갚으면서 새롭게 대출 한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SR 산정 시 예외 대상인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로 대출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도가 제일 높은 적격대출도 9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라서 수도권에서는 유의미한 수요 증가가 없겠지만 주택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지방에서는 정책모기지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나섰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하향하기로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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