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받는 대신 실업자는 노동력 제공…수로 공사 등에 동원
재집권 후 경제난 심각…WFP "인구 절반 이상 기아 상태"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밀을 수확하는 농부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6만6천여t의 밀을 배분하기로 했다.
아프간 주민은 밀을 받는 대신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탈레반 과도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실업난과 기근을 동시에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 대변인은 전날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프로그램 추진 계획을 밝혔다.
두 달간 계속될 이 프로그램에서는 카불과 그 외 지역에 각각 1만1천600t, 5만5천t의 밀이 배분된다.
밀을 받는 이들은 대신 일을 해야 한다. 이들은 수로 시설 구축, 산간 지대의 눈을 활용한 집수 시설 공사 등에 투입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겨울철을 앞두고 굶주림을 겪고 있는 실업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에서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4만명이 고용될 것"이라며 실업에 대처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경계 활동 중인 탈레반 대원. |
탈레반은 지난 8월 15일 아프간 집권에 성공했지만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6천억원)가 동결된 데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와중에 물가 폭등, 실업자 폭증 등이 이어지는 중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긴급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 국민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아프간 인구 3천90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천28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정과 기아 상태에 맞닥뜨렸다며 "이 수치는 두 달 전에는 1천400만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비즐리 총장은 "아프간은 지금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나라 중 하나"라며 지금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의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WFP가 나눠주는 식량을 받으려고 줄을 선 아프간 주민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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