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 동의' 논란 속에 2015년 교섭단체 연설이 거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세월호 문제를 금기시하고 있을 때,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교섭단체 연설로 이 문제를 빼 들었다. 유 전 의원은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며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하냐"며 "우리 정치가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냐"며 통합을 이야기했다.
한쪽은 성장만 다른 한쪽은 복지만 이야기하던 한국 정치의 갈등 구조를 깨고 성장을 말하는 진보당, 복지를 말하는 보수당의 필요성을 평가하며 합의의 정치를 이야기했다.
성장을 가장 많이 언급한 이 연설에서 그는 공무원 연금개혁이나 보육개혁 등 주요 의제는 물론 중부담 중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마무리했다.
유승민 전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설 직후 국회의장은 본회의 폐회를 알리기 전에 "아주 훌륭한 내용의 훌륭한 연설"이라며 이례적인 극찬을 내놨다. 더 이례적인 것은 당시 야당이 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두고 ‘명연설’이라고 평가했다는 점이었다. 교섭단체 연설을 하면 한 쪽은 칭찬만, 다른 쪽은 비난만 하는 게 너무 당연시된 정치풍토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역대급 연설이라는 2015년 4월8일 유 전 의원의 교섭단체 연설은 이후 그의 삶을 바꿨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연금개혁 등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는 심판해야 한다"는 선고까지 받은 뒤 그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유 전 의원의 연설이 최근 다시 소환됐다. 당내 대선 경선에서 경쟁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유 전 의원과의 맞수토론에서 "유 전 대표가 (당시 연설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에 동감한다고 했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윤 전 총장은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반박까지 했다. 다음날 유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짓말을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제게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하는 황당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걸까.
당시 국회 속기록 등에 남아 있는 연설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보수의 의제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형 성장, 포용적 성장’을 말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하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왕 야당이 성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여야가 그 해법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합의의 정치로 성장을 위한 지난한 개혁의 길로 함께 가자는 점입니다."
그의 연설에는 진보정당이 복지만 강조하기보다, 성장을 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지점이라는가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 평가는 여야 양측이 성장의 필요성에 공감을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공통점을 언급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그는 야당의 변화에 대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 성장론의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성장을 말하는 진보정당의 목소리에 주목하지만, 이런 해법으로는 성장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