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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공무원 복귀 금지’ 아프간 여성 더 옥죄는 탈레반…운동선수 대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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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시 여성 공무원 출근 금지 후 두 번째 조치
신변위협 느낀 여성 축구·농구 선수 50여 명 탈출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지난달 19일 탈레반을 향해 여성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카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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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과도 정부를 세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여성들의 일터 복귀를 또 한 차례 막아서고 나섰다. 약속한 여성 권리 보장 조치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런 압박 속에 여성 운동선수들의 아프간 탈출 행렬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21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수도 카불시 여성 공무원의 다음 주 직장 복귀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여성 시 공무원에게 지시한 자택 대기를 연장한 것이다. 탈레반 측은 "여성이 관공서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는 동안 보건·교육 분야 외 여성 직원은 직장에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 다만 모든 여성 공무원의 급여는 계속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불시 지방 공무원(약 3,000명) 3분의 1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가장 최근 국제 무대에서 탈레반 고위급 인사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20일 러시아에서 열린 아프간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압둘 살람 하나피 제2부총리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근로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전국의 여성들이 경찰서와 여권 사무소에서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셈이다.

탈레반은 20년 전 통치기(1996∼2001년)와 달리 여성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거듭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남성 중심 과도내각을 발표했고, 탈레반은 여성들이 성별이 분리된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제한하고, 전 정부의 여성부도 폐지했다. 과거 통치기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강압 통치에 앞장섰던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까지 부활시켰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아프간 여자 축구·농구 선수 등 57명은 카타르 도하로 탈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로 구성된 57명이 20일 카타르 항공 전세기 편으로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주 여성 선수들을 포함한 약 100명의 축구 선수와 가족이 카불에서 도하로 대피한 이후 두 번째 스포츠 관련자들의 단체 출국이다. 탈레반은 경기 도중 여성의 얼굴과 몸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도 금지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출국을 도운)카타르와 알바니아 정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다른 나라 정부와 전 세계의 축구 단체들도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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