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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자폭테러단 리더가 경찰서장으로…'뒤집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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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미만 병사로 전국 통치…인력·자금·경험 부족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지 두 달이 지나면서 현지인들은 '뒤집힌 세상'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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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초소에서 근무하는 탈레반 대원
[AFP=연합뉴스]



2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단을 이끌던 마울라위 주바이르 무트마인(39)은 탈레반 집권 후 카불 지역 한 경찰서의 서장으로 변신했다.

그는 경찰서장으로서 동네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무트마인은 "간섭이 심한 시어머니랑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찾아온 여성과 남편의 부부싸움을 중재했다.

무트마인은 이슬람교리에 따라 남편이 아내에게 거처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며, 시어머니를 다른 아들의 집에서 살게 하라고 권고했고 해당 남성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재집권 전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수시로 폭탄을 터트리고, 로켓탄을 발사했다.

특히 현지 경찰 초소 등 군경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자주 발생했다.

무트마인은 자폭테러단을 이끌다 경찰서장으로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별로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탈레반은 진정한 이슬람 질서 수립을 위해 미국인과 그들의 협력자를 목표로 삼았다"며 "지금은 지역 사회 치안 활동을 통해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트마인의 부하들은 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경찰이 되기 위한 훈련은 물론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경찰로 변신한 경찰서에 찾아오길 꺼렸지만, 지금은 '차 도둑을 잡아달라', '채무자가 빚을 안 갚는다', '부부싸움을 중재해달라'며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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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앞 보초서는 탈레반 대원
[AFP=연합뉴스]



무트마인이 담당하는 카불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간 대부분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탈레반 대원은 10만명이 안되고, 대부분 문맹이다.

이들이 갑자기 아프간 정권을 잡고 나니, 군·경부터 정부 구성원까지 인력과 시스템 부족이 심각하다.

탈레반은 서구 입장에서 보면 '과격 인사'들과 함께 이슬람 성직자들을 정부 부처 주요 요직에 앉혔다.

탈레반이 임명한 과도 정부 수반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유엔 제재 대상이고,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인물들이다.

각 지역 경찰서장들도 지난 20년간 각종 테러에 앞장서며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카리 파시후딘 탈레반 군사령관은 지난달 15일 아프간 옛 정부군을 포함한 정규군 창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으로서는 현지 치안이 불안한 가운데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계속 도발하고 있고, 내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라 군 조직 정비와 병력 증강이 시급한 형편이다.

하지만, 탈레반 재집권 후 외환보유고 등 해외의 아프간 정부 자산 동결과 국제기구의 원조 중단으로 공무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할 상황이 안된다.

이처럼 탈레반이 '정상 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를 이끌기 위한 인력·자금·경험 부족 등 다양한 난제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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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에서 경찰 업무 수행하는 탈레반 대원
[AP=연합뉴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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