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두환, 5·18 빼면 정치 잘 했다”…이재명 “갈수록 태산”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 또 논란이 됐다. 윤 전 총장은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는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박관현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이 발언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은 큰 어젠다에 집중하고 세부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다가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이 분(전두환)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에게”라며 “그렇게 맡겨뒀기 때문에 잘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전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어젠다만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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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는 尹 발언 “열성 지지층 겨냥”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당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왔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두환 옹호 발언은 아무 말 대잔치를 넘어 망발에 가깝다”며 “일일(一日) 일 망언으로 당의 위상과 명예를 추락시키고, 대선 후보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도를 넘는 막가파식 발언이며, 품격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5·18의 아픔 앞에서 인간으로서 공감 능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표 계산을 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은 위 두 가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며 “실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충남 아산시 이명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수 의원측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갈수록 태산”이라며 “광주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진상규명조차 완전히 되지 않았다.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라”고 비판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오월단체는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비호한 윤석열 전 총장은 즉각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왜곡 발언에 대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언급하며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얘기한 것을 앞뒤 빼고 말하는데, 전문을 보고 말하라”고 밝혔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이 7년 동안 잘못한 것 많다. 그러나 다 잘못한 것 아니지 않냐”며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전문가도 다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간담회 후 비빔밥을 먹고 있다. 뉴스1

연일 강해지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여의도 문법과는 거리가 있는 허심탄회한 화법을 구사하는 데다 당 경선 막바지에 대중을 만나는 자리가 잦아지다 보니 발언도 자연스레 강해지는 면이 있다”며 “특정 지지층을 노리고 센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캠프의 다른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캠프에서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홍준표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언 내용을 봐도 보수층, 열성 지지층을 겨냥한 강성 발언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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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洪 겨냥 “선거 4연패의 주역”

이날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4연패의 주역” 발언을 두고도 충돌했다. 윤 전 총장은 부산 김미애 의원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4연패 주역들이 당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기보다, '새로운 피'인 제가 당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연이어 졌다. 홍 의원이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당 대표로서 지휘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완패했다는 점에서 홍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홍준표 후보는 (입당한 지) 4개월 됐다. 선진국에선 5선 의원 하다가 한번 쉬고 다시 오면 초선”이라고 말했다. 5선 의원인 홍 의원은 탈당했다 재입당한 경력이 있다. 윤 전 총장은 “여러분이 재미있으라고 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가 4연패로 당이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을때 문 정권의 앞잡이가 돼 우리 당을 혹독하게 궤멸시킨 공로로 벼락출세 한 사람이 할 말이냐? 천지도 모르고 날뛰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 정치판이라는 걸 알아야한다”고 썼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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