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재소자들을 실은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의 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양곤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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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얀마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정치범들을 실은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시민 수십명이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체포돼 감옥에서 길게는 8개월을 보낸 재소자들은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가 하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풀려난 이들은 버스에서 내린 뒤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과 부둥켜안았다.
미얀마 군사 정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정상회의 배제 압박에 정치범들을 석방하기 시작했다.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서 정치범 수백명이 풀려났으며, 2대 도시인 만달레이를 비롯해 메익틸라, 메익 등 다른 도시의 교도소에서도 구금된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석방됐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석방된 정치범 중에는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의 대변인과 자가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가 포함됐다.
군정은 전날 국영TV를 통해 반군부 시위로 억류·구금 중인 5600여명을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사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영TV는 전국에서 재소자 1316명이 풀려났고 4320명은 기소가 유예됐다고 전했다.
한 어머니가 1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딸을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곤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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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세안의 압박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아세안은 오는 26~2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정의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참석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회원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가진 아세안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다.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군정을 향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됐다.
앞서 아세안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4월24일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민에 대한 군부의 폭력은 끊이지 않았고, 최근 미얀마를 방문한 에리완 유소프 아세안 특사(브루나이 제2외무장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정은 이를 거부했다.
미얀마 군정의 정치범 석방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사회와의 관계 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석방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정치범들을 구금한 것 자체가 “잔인무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정이 마음의 변화가 아닌 압박 때문에 정치범들을 석방했다”고 지적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메익틸라 교도소의 경우 석방된 38명 가운데 11명이 다시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 ‘버마 민주의 소리’는 전했다. 이번에 석방되는 정치범들은 군정이 구금한 규모에 못 미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다. 공장 노동자인 한 여성은 체포된 남편을 보기 위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양곤 인세인 교도소 앞을 찾았다. 그는 “남편이 풀려나지 않았다. 오늘은 꼭 봤으면 좋겠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지난 18일 기준으로 7355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AFP통신은 쿠데타 이후 민간인 1100명 이상이 유혈진압으로 숨지고 8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현지 감시단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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