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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르포] "잘될 겁니다" vs "두고 봐야죠" 위드코로나…자영업자 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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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임대문의', '임시휴업'...줄폐업에 공실률 높은 명동

"사람들 많이 모이면 활기 찾을 것", "단체주문 들어오지 않을까요" 기대감

"정상화 아니면 의미 없다", "변화 없을 것" 냉소적인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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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영업을 종료한 명동의 한 상점에 폐점 공지문이 붙어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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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잘 됐으면 좋겠네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정부가 다음 달 초부터 코로나19 방역체계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1년 9개월여 만이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환자 관리 등에 집중하면서 거리두기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일상회복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소식에 기대감과 우려, 희망고문 등을 언급하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명동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도심 상권 중 하나다. 거리 곳곳에는 지금도 '임대문의', '폐업합니다' 등 매출 하락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명동 뿐만 아니라 일부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경영난으로 아예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관적인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힌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주 강모씨(57)는 18년간 운영한 식당의 마지막 영업일을 얼마 앞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단 항공 노선이 중단되면서 명동 같은 특수상권은 너무 힘들다. 지금 견디고 견디다가 폐업을 결정했고 현재는 점심시간만 운영 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위드 코로나로 명동 거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이전처럼) 정상화되지 않는 이상 작은 완화는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완화 조치가) 도움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희망고문이라고 생각한다. 홍대나 이런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그런다는데 그러다가 또 크게 안 터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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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업 안내가 붙은 명동의 한 가게.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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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전문 판매업을 운영하는 윤모씨(45)는 "요즘은 매출이 너무 안 나왔다. 너무 타격을 심하게 받고 보니 (가게를 찾는) 외국인 비중이 높았던 걸 느꼈다"고 말했다. 거리 재개 가능성을 묻자 "좀 냉소적이지만 기대감이 없다. 잠깐 풀어준다고 해서 와닿는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위드코로나로 아무래도 외국인이 많이 왔으면 좋겠지만 꼭 외국인이 아니어도 한국 사람들도 많이 다녔으면 좋겠다. 보시다시피 너무 안 다니고 다른 동네보다 유독 심한 것 같다. 접종자가 늘고 잘 되는 식당들은 잘 될지 몰라도 저희는 작년 3월부터 꾸준히 바닥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하소연 그대로 명동 거리 곳곳에는 '임대문의', '폐점' 안내문이 내걸려있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오랜만에 들린 명동에서 자신이 찾던 식당 3개가 모두 폐점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여행업 종사자였다고 밝힌 40대 강모씨는 "점점 좋아지고 있기는 해도 명동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왕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만큼 끝까지 전폭적인 추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60대 김모씨는 "솔직히 아직도 인원, 시간 제한은 이해가 안 간다"며 "숫자로 장난치는 것 밖에 더 되나. 숫자놀이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 시기가 많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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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명동의 한 거리.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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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많은 타격을 입었고 또 단계적 회복에도 피해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소상공인들의 걱정과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작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명동의 한 토스트집에서 4년간 근무했다는 일본 국적의 미아케(57)씨는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와서 여기에 줄을 쭉 섰다"며 "요즘은 그때의 10분의 1정도다. 이렇게 사람이 없다 보니 제가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예전에는 단체주문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하면) 그게 다시 들어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IT기업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모씨(34)는 "보통은 따로 나눠서 식사를 하는데 오랜만에 다같이 나왔다"며 "다시 전처럼 회식이나 모임 기회가 늘 것 같아 좋으면서도 걱정이다"라고 웃어보였다. 실제로 이날 명동 거리에선 점심시간을 맞아 나온 직장인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한 유명 식당 앞에선 손님들이 길게 웨이팅을 하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제한 조치가 이뤄졌던 카페나 식당이 아닌 다른 업종의 반응은 다양했다. 45년된 명동의 한 음반 가게에 30년간 근무 중인 최모씨(57)는 코로나 이후 명동의 상황을 '최악'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숨막힐 정도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냈다. 거의 폐점 위기까지도 갔는데 그냥 이를 악물고 견디는 거다"라고 성토했다.

최씨는 "명동의 세입자들이 보증금 다 까먹고 어쩔 수 없이 못 버틸 때 폐점을 하고, 폐점을 하면 원상복귀 하는데 드는 돈 때문에 폐점을 못하는 상점들도 있다더라. (상황이) 최악이에요 최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활성화가 되니까 그걸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희도 국내 손님들 10%~15%조금 안 되고 나머지는 다 외국 손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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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명동의 한 상점.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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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된 거리두기 조정안에 대해선 "잘 하는 거다. 희망이 생기죠. 아니 희망을 가져보는 거죠. 죽지 못해서 살아야겠다는 그런 의지력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모임을 가지고 그러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면서 유동인구가 생기니까"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자영업자 323명을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7%가 '긍정적'이라 답했다.

하지만 주 방문층이 해외 관광객인 명동 상인들은 이전으로의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2분기(4~6월)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3.3%로 1분기(38.3%)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됐다"며 "사적 모임 인원수 제한이 일부 완화됐지만 수도권 식당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됐다.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한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은 위한 사회적 관심과 고통분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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