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중반까지 나오는 광속구와 140km대 고속 슬라이더로 KBO리그 마무리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29세이브를 올렸고 평균 자책점도 2.16으로 아주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완벽한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있다.
고우석이 올 시즌 최다 블론 세이브 기록을 세우며 고전하고 있다. 블론 세이브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우석. 사진=김재현 기자 |
고우석은 18일 현재 6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무승부 상황을 지키지 못한 것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 올라간다.
올 시즌 1승4패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이 대단히 낮다. 마무리 투수 중 최다 블론 세이브 기록이다. 그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고우석의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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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의 평균적인 성적은 대단히 양호하다.
일단 구속이 빠르다. 평균 152.7km를 던지고 있다. 리그 평균 보다 약 10km 이상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비율도 21%로 낮지 않다.
슬라이더는 더 위력적이다. 피안타율이 0.194에 불과하다.
고우석은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록상 나타난 슬라이더는 분명 플러스 구종이다.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비율이 무려 52%나 됐다. 메이저리그서도 통하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서 기록한 슬라이더 헛스윙 비율은 30%롤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고우석의 슬라이더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구종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실점 경기와 실점 경기는 큰 차이를 보였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우석은 올 시즌 55경기 중 10경기의 실점 경기를 했다. 승계 주자 실점까지 더하면 더 많은 실점 기록을 한 셈이다.
그 차이가 대단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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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경기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185에 불과했다. 슬라이더도 0.118로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컨디션이 좋을 땐 언터처블의 성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무실점 경기의 패스트볼 헛스윙 비율은 20%였다. 슬라이더는 무려 54%나 됐다.
하지만 실점 경기에선 이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실점 경기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무려 0.471이나 됐다. 슬라이더 피안타율도 0.600으로 크게 높아졌다.
헛스윙율은 패스트볼이 18%로 낮아졌고 슬라이더는 44%로 뚝 떨어졌다.
패스트볼에 힘이 떨어져 가운데 몰리는 공이 늘어났고 슬라이더도 꺾이는 각도가 밋밋해지며 타자들에게 먹잇감이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피OPS가 모두 1을 넘긴다.
고우석은 분명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는 평균 이하의 투수로 전락하고 있다.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고우석은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매우 큰 선수다. 좋을 때는 공에 손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의 구위를 보여준다. 하지만 안 좋을 땐 제구가 흔들린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진다. 특히 슬라이더가 그렇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고우석의 슬라이더는 위력적인 공이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안 좋을 때 슬라이더는 꺾이는 각도가 무뎌지며 한 가운데로 '스~윽' 밀려 들어가는 공이 많다. 자연스럽게 많은 안타를 허용할 수 밖에 없다. 안 좋은 날은 스스로도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패스트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대에게 노림수를 갖게 만들어준다. 슬라이더가 밀려 들어오기 때문에 패스트볼에만 타이밍을 맞추고 스윙을 하면 슬라이더도 걸리는 경우가 많다. 슬라이더도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독이 되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기복을 줄이지 못하면 고우석을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 부르기 어렵게 된다"고 분석했다.
마무리 투수의 최고 덕목은 꾸준함이다. 실패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실수 빈도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은 마무리 투수의 첫 번째 조건이다.
블론 세이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우석의 기복이 심했음을 뜻한다. 실패 확률이 20%를 넘기는 것이 고우석의 현실이다.
타자가 잘 쳐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우석은 안 좋을 때 구위가 확실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던지는 공의 위력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맞을 때 맞더라도 자기 공을 던지며 맞아야 좋은 마무리 투수라 할 수 있다. 스스로 기복이 심해 구위가 떨어지는 투구를 하는 고우석은 아직 최상급 마무리 투수라 하기 어렵다.
세이브 숫자와 상관 없이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선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다. 안 좋을 때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의 실패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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