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눈앞, 스토킹처벌법 진단]③
피해자 29% "신고해도 소용 없어서 안 해"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려워…세세한 규정 필요"
피해자 보호 강화하는 일부 개정안 잇단 발의
경찰 "무고한 피해자 발생 가능…수사 어려워"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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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성가족부의 조사를 보면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을 때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았거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남·녀 응답자는 29.0%로 나타났다. 성별과 상관없이 10명 중 3명은 신고하더라도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애당초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려면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신고를 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 △신고를 해도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 △신고한 후 가해자가 처벌받을 것이란 확신 등이 있어야 피해자들은 신고를 한다. 가정폭력의 경우 신고율이 2.3%로 저조한 수치를 보이는데, 해당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신고를 할 경우 더 심한 폭력을 당하거나, 가해자가 입건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스토킹을 수사할지 세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토킹이 남녀 간 애정 표현의 일환인지, 범죄인지 제3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이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스토킹은 모르는 사이보다는 연인이었거나 이혼소송 중이거나, 이혼한 사이에서 재결합을 요구하면서 발생해 애정 표현과 폭력의 경계가 더욱 불분명하다.
허민숙 국회입법처 입법조사관은 “이전에 부부관계였거나 연인관계였다면 꽃다발만 보내는 걸 보고 어떻게 위협적이라고 판단할 것인지 명확한 구분 기준이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 그 구분을 잘 알고 있는지 대한 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친밀성이 누군가에겐 위험한 요인이라는 걸 간파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눈길만으로 제압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입장에서도 스토킹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하기 까다롭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기 전에도 (스토킹을) 수사하다 보면 처음 피해자 말과 다르게 증거자료에선 입증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다”면서 “아무리 스토킹처벌법이 벌금형에 그친다고 해도 처벌 전력이 있다면 사회에 복귀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어 아무나 처벌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국회에서는 스토킹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피해자 보호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일부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부의장·남인순·정청래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은 스토킹 범죄 신고자의 신변 안전조치를 규정하거나 온라인상 스토킹도 포괄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한편 법 시행과 별개로 국민들이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기업과 교육기관에서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스토킹에 대한 교육도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허 입법조사관은 “원하지 않는 만남을 누구나 거부할 권리가 있고, 거절하면 접근하지 않는다는 인식, 스토킹은 범죄행위라는 점을 교육을 통해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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