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게 유엔 총회 특사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측의 해명과 달리 14일까지도 비용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TS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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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비용 지급했다더니 '지급준비완료' 상태…'거짓말' 덮으려 무리수 '화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하 특사)로 임명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지난달 유엔 총회 일정을 소화한 방탄소년단(BTS)의 특사 활동비 '미지급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초 제기됐던 'BTS 열정페이' 논란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BTS의 순방 행사 참석과 관련한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일단락된 듯했지만, 14일 국회 국정감사까지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조선일보의 온라인 대응 자회사 조선NS의 "정부가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시킨 BTS에게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악의적인 오보'라고 비판하면서 "오보와 오보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 무색하게도 BTS의 순방 행사 참석과 관련한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지난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화가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해당 보도에 분노를 표하면서 "조선일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관련한 절차를 다 밟았고, 또 정산까지 완료된 상태"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조선NS의 BTS 특사 활동비 미지급 보도에 "화가 나서 잠을 못 잤다"라며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관련한 절차를 다 밟았고, 또 정산까지 완료된 상태"라고 주장했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사진)은 14일까지 미지급된 사실이 드러나자 "'지급결정완료' 상태로 이는 '지급'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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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탁 비서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BTS에게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문체부 산하기관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에게 "BTS 유엔 (일정) 관련해서 7억 원이 지급이 됐나"라고 묻자, 박 원장은 "아직 안 됐다"고 답했습니다.
박 원장은 이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월 30일에 '지급이 됐다'고 이야기를 했고, 탁 비서관도 SNS에 또 10월 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지급이 완료됐다'고 했는데, 그러면 청와대와 탁 비서관은 알고도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인가, 아니면 지급했다고 허위 보고가 되어서 모르고 한 것인가"라는 김 의원 질의에 "그거는 저희들이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박 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관련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질의에 "아까 미처 말씀 못 드렸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위탁 계약, 용역 계약을 했고, 위탁 계약, 용역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반드시 지급하게 되어 있다"라며 "7억1700만 원에 계약했고, 용역 결과가 나오면 바로 지급하게 되어 있다. 최근에 용역 결과가 왔고 검수를 해 빠르면 15일이나 18일에 지출하게 될 것이다. 탁 비서관은 계약은 정해져 있고 마지막 행정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나"라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탁 비서관도 재차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이날 SNS에 "현재 '지급결정완료' 상태"라며 "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작성한 결과보고서가 13일 제출됐고, 하이브 측의 입금요청이 있어야 입금이 되는 정부 절차상, 하이브 측의 입금요청만 있으면 3일 후 바로 입금됨을 알려드린다. 사소한 절차와 표현의 문제를 두고 마치 거짓말을 한 것처럼 오도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5일 SNS를 통해 "BTS와 소속사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라며 "'지급 결정'은 '지급'과 다를 바 없는데, 계속 왜? 라고 묻는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바꿔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탁 비서관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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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비서관은 또 15일 재차 SNS에 "BTS와 소속사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지난 성과와 우리가 했던 일이 아직 꿈만 같은데, 정부가 절차와 과정을 밟는 게 당연한데 '지급 결정'이 '지급'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소속사와 정부의 입장인데 심지어 비용을 받는 쪽에서도 이 절차가 아무 문제 없다는데, 계속해서 왜? 왜? 라고 묻겠다면 간단하다"라며 "앞으로는 국가의 비용처리 과정을 생략하고, 확인 절차, 청구 절차도 생략하고 사인 간 계좌이체하듯 바로 입금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률과 규정을 바꿔주면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초 밝힌 입장인 "정산 완료, 지급됐다"는 것은 행정 절차상 "지급 완료"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산을 완료했다'는 말은, '비용을 지급했다'는 말은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 양측이 금전거래를 완료했다는 뜻으로 쓰이는 데 청와대는 '지급 준비가 완료된 것'이 '지급된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시 32회에 합격해 행정자치부 기획관,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참사관,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지낸 '행정 전문가'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탁 비서관의 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원칙적으로 지급됐다는 건 지출 서류에 결재하고 돈이 지급 대상에 입금이 되어야 지급했다고 표현한다"라며 "지급 예정인 상태라는 게 드러나도 아니라고 구차하게 변명하는 게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감에서 해당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가 공무원 출신이다. 부랴부랴 말을 맞춰도 허점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애꿎은 공무원에게 (청와대에서) 책임을 미룰까 봐 (더 이상) 반박을 안 했다"라며 "양보해서 청와대 해명대로 '정산 완료'가 비용을 달라는 요구에 지급하라고 사인을 한 것이고, 실제 입금까지는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청와대가 '지급했다, 정산 완료'했다고 한 지난 1일에는 (하이브 측의 용역보고서가 안 와서) 지출서류에 사인이 안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변명하는 모습이 딱하다"고 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지급(支給)'은 돈이나 물품 따위를 정해진 몫만큼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행정절차법도 살펴봤습니다. 해당 법에도 '지급결정완료상태'는 '지급과 같다'는 구절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이 논란은 청와대에서 "BTS에 특사 활동비를 지급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으면 깔끔하게 정리될 문제였습니다. 또한 국감에서 미지급된 상태인 게 드러났을 때라도 "우리는 돈을 줄 준비가 됐고, 그게 지급이 된 것과 같다"라는 말장난 해명을 할 것이 아니라 '사과'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니 지급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으면 지금보다는 논란 수습이 더 용이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BTS 특사 활동비 미지급을 지적한 일부 언론과 야당이 문제라는 청와대의 태도가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차분히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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