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합의에도 군경 무력진압 계속되자 '유혈사태 중단·대화 노력' 압박
"군정 배후 중국·러시아 때문에 실효성 없을 듯" 지적도
지난 3월 27일 '미얀마군의 날' 열병식에 참석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혈진압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해 '정상회의 참석 배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오는 26~28일 열릴 예정인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정의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참석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신 미얀마의 비정치적 대표를 회의에 초청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쿠데타로 촉발된 유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4월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합의를 지키지 않은 미얀마 군정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가급적 회원국을 압박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아세안의 관례를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이례적이다.
아세안이 이처럼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미얀마 군정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군부 쿠데타로 촉발된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 참여하라는 압박성 조치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른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과 반대 세력을 무력을 동원해 마구 탄압해왔다.
이에 아세안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4월 24일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아세안 의장 성명 형태로 발표된 합의문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사항을 담고 있다.
당시 합의에는 미얀마를 대표해 흘라잉 총사령관도 참여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은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을 멈추지 않았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민간인 1천178명이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미얀마 군정은 아세안의 대화를 통한 중재 노력도 거부하고 있다.
아세안 특사로 임명된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이 미얀마 방문시 가택 연금중인 아웅산 수치 고문을 만나게 해달라고 줄곧 요청해왔지만 군정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는 미얀마 군정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주 화상회의에서도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군정이 합의 사항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세안의 결정에 따라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미얀마 군정은 국제사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으려는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또 미국을 비롯해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정을 상대로 외화자산 동결 및 각종 경제 제재조치 등을 내세워 유혈사태 중단 및 민주화를 더욱 거세게 요구하고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아세안 등 국제사회의 압박은 미얀마 군정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그다지 실효성이 없을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군정을 규탄하면서 각종 제재를 가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군부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집권과 관련해 쿠데타라고 표현하지 않고 "내정"이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러시아와 함께 군부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막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의 가장 큰 무기 공급원이기도 하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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