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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보험금 살인극' 청소년이라 신상 공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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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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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노리고 여성을 살해하려 한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여성을 살해한 뒤 보험금을 타내기로 짜고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흉기를 휘둘렀지만, 다행히 여성이 몸을 숨기면서 화를 면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3명 가운데 한 남성은 범행 전 여성 명의로 수억 원의 사망 보험금을 들어 놓고, 수령인을 본인으로 지정해 뒀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치밀하고 잔인한 범죄에 공분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런 흉악한 범죄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를 할 수 없는 건 부당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갔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극악무도한 10대를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신상 공개를 안 하는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10대도 신상 공개를 검토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1만 7천 명 가까이 청원에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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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는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포자인 부따(실명 강훈)의 경우, 청소년인데도 범죄가 중대해 신상이 공개된 적 있다. 선례가 있다"는 식의 부연 설명도 나왔습니다.

검증할 내용이 좀 많습니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팩트체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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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신상 공개' 제외되나?



일단 법부터 살폈습니다.

범죄자 신상 공개의 근거 법률은 두 개입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이른바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른바 '성폭력처벌법'입니다. 특정강력범죄법은 잔인한 강력 범죄자의 경우,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하는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적용하는 범죄의 유형이 다를 뿐, 신상 공개 원칙은 거의 비슷합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충분한 증거가 있고,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을 위한 공공의 목적에 부합할 때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법에서 청소년은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4.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법률을 보면, 청소년의 경우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신상 공개'에서 제외되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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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펜션 CCTV에 찍힌 피해자


'신상 공개' 제외되는 청소년 나이는?



그러면 몇 살까지 청소년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위 법에 적힌 대로, '청소년 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청소년의 개념을 찾아봤습니다.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정의)
1.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인데, 그 중에서도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돼 있습니다. 말이 좀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날짜인 10월 16일을 기준으로, 2002년 1월 1일 태어난 사람은 만 19세이고, 2002년 12월 31일 태어난 사람은 역시 오늘 기준으로 만 18세입니다. 동급생이라도 만 나이는 생일에 따라 다릅니다.

2002년 12월 31일 태어난 사람은 2021년 12월 31일에 만 19세가 됩니다. 그런데, 청소년 보호법을 적용하면, 이 사람은 만 19세가 되는 해인 2021년에 1월 1일을 이미 맞이했기 때문에 청소년의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즉, 2002년 12월 31일생은 오늘 기준으로 만 18세라도 청소년 보호법 상의 청소년이 아닙니다.

그래도 복잡하면,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남들처럼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남들처럼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면,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재수를 하든,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부터는 청소년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만 나이는 생일 따라 동급생끼리 달라지는데, 지금의 청소년 보호법은 동급생끼리 맞추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청소년 정의를 적용하면,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2003년생 이후로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건 청소년 보호법 기준이며, 민법이나 게임산업법, 영화비디오법 등은 법마다 성년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어서 청소년의 기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강훈은 예외적 경우였을까?



그렇다면, 강훈은 청소년인데 예외적으로 신상 공개가 된 걸까요.

강훈은 2001년 5월 8일생입니다. 2020년 5월 8일에 만 19세가 됐습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2020년 4월 16일은 만 18세였습니다. 만 18세이긴 해도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강훈은 만 19세가 되는 해인 2020년, 그 해의 1월 1일을 이미 맞이했으므로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닙니다. 실제, 신상 공개 당시 강훈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결국, 강훈이 청소년인데 범죄가 중대해 예외적으로 신상을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참고로 특정강력범죄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은 청소년 신상 공개에 대해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법 개정이 없는 한, 범죄가 중대하다고 해서 청소년의 신상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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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화순 펜션


화순 살인 미수범은 청소년이었나



다시 이번 전남 화순 사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범인들이 10대 청소년이라고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정리하면, 범죄의 잔혹함에 신상 공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런데 청소년들이라 신상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으며, 청소년 신상 공개를 제외하는 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전남 화순경찰서에 연락해 봤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청소년이라고 잘못 알려졌다"고 답했습니다. 개인 신상 문제라 구체적인 생년월일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모두 2001년생 동급생이라고 했습니다. 작년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01년생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닙니다.

결국, 보험금 살인 미수범들이 청소년이라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보의 출발이 잘못됐습니다.

경찰은 하나 더 수정할 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 미수 사건일 뿐,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것처럼 '청부 살해'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여러 정보들이 얽히면서 와전된 게 더러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정보의 출발이 잘못됐다고 해서, 청소년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의미 없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주장이 사실이 아닌 정보에 기초하고 있더라도, 그 주장에는 현안에 대한 나름의 진심을 담고 있다고 믿습니다. 사실 범죄자 신상 공개를 지지하는 여론은 늘 압도적입니다. 청소년이든 아니든 극악한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 신상 공개 요구는 빗발쳤습니다. 그만큼 대중의 분노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사건 현장을 늘 가까이서 접하는 기자 입장에서 분노가 덜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강력 사건을 취재하다가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그 취지에서 벗어나 예기치 않은 피해자가 나올 때,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5년 시화호 살인 사건 당시 조성호의 신상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조성호의 전 여자친구 신상이 알려지는 2차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강간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나중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범죄 예방'이라는 제도의 목적은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신중함과 정밀함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겁니다.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극악한 범죄자에 대한 '분노'라는 감정, 그리고 '공익'을 위한 이성적 판단, 어떻게 하면 '분노'와 '공익'의 균형을 잘 맞춰나갈 것인가. 수사 기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참고자료>
청와대 청원게시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청소년 보호법


(인턴 : 권민선, 송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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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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