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중국 역사 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길 수 있어"
홍콩대에 세워진 톈안먼시위 추모동상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24년간 홍콩대 교정에 세워져있던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이 철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작가가 이를 해체해 외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수치의 기둥'(國殤之柱·Pillar of Shame)을 만든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은 전날 밤 성명을 내고 조각상의 안전한 이전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의 철거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이다. 높이가 8m, 무게가 2t에 달한다.
갤치옷 작가는 이를 만들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기증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해온 단체로, '수치의 기둥' 세정식을 연례행사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련회는 당국의 압박 속 지난달 25일 자진해산을 결의했고, 그 직후 홍콩대는 지련회 측에 '수치의 기둥'을 13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임의로 치우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9일과 12일 홍콩에서 잇따라 강력 태풍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해당 조각상은 이날 현재 철거되지 않은 상태다.
갤치옷 작가는 24년간 홍콩대에 세워져있던 조각상이 철거된다면 홍콩과 중국인들이 역사를 기억할 권리가 흔들리게 되며, 홍콩대의 평판에 영구적으로 오점을 남길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수치의 기둥'이 더이상 홍콩에 있을 수 없게 된 것으로 안다면서 어떻게 24년간 세워져있던 예술조각상을 홍콩보안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기록한 책이나 사진도 모두 불법이냐고 지적했다.
갤치옷 작가는 자신이 홍콩으로 와서 조각상을 직접 해체해 중국의 역사를 논할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 혹은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으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각상의 이전과 관련해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갤치옷 작가는 '수치의 기둥' 이전과 관련해 홍콩에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학교 측이 임의로 이를 옮기거나 처분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하에 30여년간 톈안먼 추모 행사가 진행돼왔으나, 홍콩보안법 시행 후 지련회는 물론이고 추모 행사의 모든 기록과 흔적이 지워질 위기에 처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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