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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대선 앞두고 예타 '고삐' 풀어···지역밀착형 SOC 공약 봇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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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발표]

예타면제 기준 500억→1000억 상향

도로·문화센터 등 우후죽순 추진

국가 재정건전성 더 악화 가능성

"지출 제어 예타 근본취지 훼손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지적

초광역 사업, 국가발전계획 반영

전략산업 육성·공유 대학도 추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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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6,800억 원을 투자해 여수와 남해를 잇는 7.3㎞ 규모의 해저 터널을 신설하는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사업경제성(BC)이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아 지난 20여 년 동안 실현되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지역 사업에 한해 경제성이 낮더라도 균형 개발 효과에 더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평가 방법이 변경되면서 기재부 문턱을 넘었다. 낮은 경제성에도 터널이 완공되면 두 지역을 합쳐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연간 총 7,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다는 지자체의 주장이 반영됐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 임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BC 분석이나 비용편익분석을 무시하면 예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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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일 발표한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의 핵심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국고 지원의 허들을 크게 낮추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1,000억 원 미만이면서 국비 보조 500억 원 미만인 사업은 정부 예타를 받지 않고도 지자체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기존 면제 기준(사업비 500억 원, 국비 300억 원)과 비교하면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선심’을 쓰기가 더 쉬워지는 셈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지역민들의 민원이 많은 중규모 도로나 지방 문화센터 같은 기반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여권의 지역 밀착형 SOC 공약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상반기 기재부가 통과시킨 500억~1,000억 원 규모 지방 예타 결과를 보면 도로 건설이 2건(제주 광령-도평 우회도로, 회덕 IC 연결도로), 문화센터(양주아트센터) 건립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 지원 방안이 최종 통과되면 앞으로 이런 사업은 기재부 예타를 거치지 않고도 자체 추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SOC 사업에 한해서만 예타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가령 체육센터 건립 사업도 ‘생활 SOC’ 또는 ‘복합 SOC’ 등으로 자체 명명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제어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예타 기준 면제에 따라 가뜩이나 불안한 국가 재정이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복지 등 한번 주머니를 열면 다시 닫기 어려운 의무지출 비중이 50%에 이를 정도로 커 재량지출을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예타를 운영하면서 예산 지출을 최대한 제어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건전성 조절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이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예산 요구를 들어주느라 연구개발(R&D) 같은 필수 예산 지출을 줄이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민간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재정 준칙을 사실상 포기한 데 이어 지방에 돈까지 풀면서 최후 보루인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는 등 일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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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예타 면제 기준 완화와 더불어 법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초광역권’의 정의도 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및 국토기본법을 개정해 초광역권의 정의와 발전 계획 및 협력 사업 추진 근거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수립한 초광역권 발전 계획은 상위 국가 개발 전략인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하는 한편 재정 지원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초광역권에 대한 전략 산업 육성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이 초광역권의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정하면 중앙정부가 나서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초광역 지역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세워지고 ‘지방투자촉진법’ 제정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광역철도를 활성화해 광역 환승센터를 설치하고 일명 ‘100원 택시’ 및 대체 버스 지원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 대학 혁신을 진행하는 한편 초광역권 공유 대학 모델을 수립해 여기서 받는 학위를 인정하는 안도 검토된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세종=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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