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을 극적으로 탈출한 바이든의 전 통역사 아만 할릴리(오른쪽 셋째)와 가족들. [BBC 캡처] |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난당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구했던 통역사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탈출에 성공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은 아프간전 때 미군 통역사로 일한 아만 할릴리가 아내, 4명의 자녀 등 가족과 함께 지난주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을 거쳐 제3국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미 육군 통역사였던 할릴리는 2008년 2월 상원 의원 3명을 태운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산악 지역에서 눈 폭풍을 만나 불시착했을 때 구조 작전을 함께했다. 이 헬기엔 당시 상원 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존 케리, 척 헤이글 등이 타고 있었다.
헬기는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남동쪽으로 32㎞ 떨어진 계곡에 비상 착륙했다. 해당 지역은 전날 미군과의 대규모 교전으로 탈레반 반군 24명이 숨진 곳에서 불과 16㎞ 떨어져 있었다. 당시 36세였던 할릴리는 82공수사단 신속 대응팀 등과 함께 눈보라를 뚫고 조난자들을 찾았다.
바이든과 미군을 도왔던 할릴리였지만 아프간 탈출은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의 특별이민비자도 받지 못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기 전인 지난 6월 비자를 신청했지만 그가 일하던 방위 산업체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잃어버려 비자 신청이 중단됐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막판 미군의 대피 작전 때는 공항까지 갔지만 가족의 입장을 거절당했다. 결국 할릴리는 가족과 함께 아프간에 남아 탈레반을 피해 숨어 지냈다.
할릴리 가족의 탈출이 전환점을 맞은 건 그의 사연이 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그는 지난 8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가명으로 구조를 호소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세요. 저를 잊지 마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CNN과의 인터뷰에선 “나는 그(바이든 대통령)를 믿는다. 그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도 말했다
그의 사연을 접한 미 참전 용사들은 할릴리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아프간 참전 용사 브라이언 젠테는 WSJ에 “그는 우리가 아프간에서 싸우는 동안 나와 다른 미국인들을 도왔다. 우리는 그 호의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당신을 구출할 것이고, 우리는 당신의 공로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고,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우린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그를 찾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CNN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할릴리 가족이 어디에 정착할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안전한 이동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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