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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리모델링에 들썩이는 전통 부촌 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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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리모델링에 들썩이는 전통 부촌 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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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정체된 이촌동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먼저 재건축. 현재 이촌동이 소재한 용산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총 13곳이다. 이 중 한강삼익과 한강맨션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고, 산호·왕궁·풍전·강변강서·한양철우·한남시범·신동아는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했다. 중산시범·이촌 제1구역은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다. 특히 대장주라 불리는 한강맨션이 최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 역시 활발하다. 이촌동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촌코오롱아파트를 선두로 이촌강촌아파트와 한가람아파트도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부동산업계는 정비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이촌동 일대가 강북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 단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최근 재건축 사업을 위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냈다. <윤관식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최근 재건축 사업을 위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냈다. <윤관식 기자>


▶재건축 속도 내는 한강맨션

▷조합설립 후 4년 만에 사업시행인가


용산구청은 최근 용산구 이촌동 300-23번지에 위치한 서빙고아파트지구 한강맨션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고시했다.

한강맨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처음 지은 고급 아파트다. 지난 1971년 준공돼 무려 준공 47년 만인 2017년 6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다. 2019년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 2021년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다. 이어 올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용산구는 6개월간 관계 부서, 유관 기관 협의와 공람 공고, 도시 계획 시설(공원) 조성 계획 수립 등을 거쳐 조합에 인가서를 보냈다. 조합설립 후 4년 만이다.

기존 24개동 660가구로 구성된 한강맨션은 지하 3층·지상 35층, 총 1441가구 대단지로 변모하게 된다. 이 중 임대 가구는 138가구다.


구역 총 면적은 8만4262㎡.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 20.45%, 용적률 255.15%가 적용됐다. 최고 높이는 106.35m, 총 사업비는 9134억원이다.

다만 조합이 당초 기대했던 ‘50층 재건축’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강맨션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이른바 ‘35층 룰’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규제 완화의 첫 수혜지가 될 것으로 관측돼왔다. 조합 관계자는 “향후 서울시의 정책이 바뀔 경우 고층 설계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 역시 “높이 기준이 바뀔 경우, 이미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이뤄진 곳에 대해서도 신청을 통해 변경할 수 있도록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음에 따라 곧바로 후속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한 뒤 오는 2023년 관리처분계획인가, 2024년 이주·철거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강맨션은 전통 부촌인 이촌동 일대에서도 ‘알짜 단지’로 꼽힌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가깝고 단지 남쪽은 한강 변에 접해 있다.

사업시행인가와 함께 시공사 선정 경쟁 또한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비사업 강자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의 2파전이 오랜만에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관심이 뜨겁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의 대결은 지난 2015년 말에 치러졌던 서초동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이후 6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입주한 ‘래미안 첼리투스’와 함께 동부 이촌동에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GS건설은 한강맨션 바로 옆에 위치한 ‘LG한강자이(2003년 준공)’와 함께 브랜드 타운 조성을 노리고 있다. LG한강자이는 GS건설 전신인 LG건설이 ‘한강외인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한강맨션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매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다. 이촌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전후로 호가가 1억~3억원가량 뛰었다”며 “워낙 값이 올라서 당장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첼리투스를 제치고 대장 아파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촌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재건축 단지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며 “1 대 1 재건축인 단지는 매물이 아예 없고 다른 아파트도 집값이 더 뛸 것이라는 예상에 집주인들이 웬만하면 매물을 잡고 있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이촌동에서 재건축에 적극 나서는 단지는 한강맨션만이 아니다. 한강맨션 바로 옆에 있는 삼익아파트는 지난해 6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강맨션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근 삼익, 왕궁, 반도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근 지역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공원 남쪽 한강변에 총 7000~8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도 활발히 진행 중

▷강촌·코오롱 등 조합설립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여럿이다. 이촌동 일대에서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올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촌코오롱아파트다. 이촌코오롱아파트는 현재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1999년 입주한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834가구에서 959가구로 늘어난다.

인근 한가람아파트도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눈앞에 뒀다.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측은 “현재 주민 동의율이 65%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10월 중 66.7%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한가람아파트는 1998년 입주해 리모델링 연한인 15년을 훌쩍 넘어섰다. 이외에도 한강대우와 이촌우성아파트도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촌강촌아파트 역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설립인가 신청 후 인가까지 보통 한 달 안팎 시간이 걸리는 만큼 10월 안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1998년 입주한 이촌강촌아파트는 지난 8월 리모델링 조합설립에 필요한 법정 동의율(66.7%)을 넘긴 후 이달 중순 조합설립 총회를 개최했다. 1001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후 약 110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이촌코오롱·강촌·한가람·한강대우·이촌우성 등 5개 단지는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단지들 간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개별 리모델링으로 선회했다. 5개 단지의 가구 수를 합하면 5000가구에 육박한다. 한꺼번에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될 경우 이 일대의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단지의 시 차원의 인가가 동시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다른 단지보다 먼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개별 단지들은 잇따라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을 끼고 있는 강북 노른자위 땅인 이촌동에 정비사업이 원활히 마무리되면 이 일대가 ‘전통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축 아파트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이촌동 일대 리모델링 사업이나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입지적 장점이 있는 이촌동은 새로운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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