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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그냥 건강하잖아...‘제주다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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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와 타협하지 않은 이국적인 신비함

지질공원·자연·무형유산 글로벌 7관왕

휠체어도 거뜬 완만한 데크길 ‘치유의 숲’

평상·해먹...숲멍 때리기 최적 ‘엄부랑숲’

호젓한길 따라 해발 700m 늪 ‘고살리숲’

융단 반석 사이사이 포토존 ‘해그문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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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이오름’가는 길 목장에 뜬 무지개. 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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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살리숲길’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속괴와 바위옆 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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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촬영지 ‘머체왓숲길’의 꽃과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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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이오름 ‘해그문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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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치유의숲’에는 휠체어 탄 국민도 등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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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치유의숲 ‘숲멍’쉼팡


우리가 제주도를 가는 이유는 ‘제주 다움’을 만나기 위함이다. 제주 다움은 이국적 풍경, 속세와 타협하지 않은 호젓한 생태와 건강한 자연식, 세계지질공원·세계자연유산·인류무형유산·세계농업유산 등 글로벌 7관왕이 갖는 신비롭고 억척스런 자취와 이야기 등이다.

‘제주도의 할머니’는 남쪽 바닷속 수생화산 연쇄 분출로 모래톱에 퇴적물이 쌓여 대지를 이룬 서귀포층이다. 이 일대 해발 500m 안팎인 중산간은 150만~170만년 뒤, ‘제주도의 종손’이라 할 수 있는 한라산 폭발의 여파가 더해지면서, 제주도 180만년 지질의 원형와 변형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남태평양에서만 잘 보인다는 장수의 상징 ‘카노푸스’ 별이 관측되는 국내 유일의 지점, 중산간 숲의 건강성은 심신 치유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간증까지 잇따른다. 자연을 과학으로 승화시킨 WE테라피, 취다선 명상 등 제주의 공인 웰니스 여행지는 싱싱한 날것과 첨단 문명을 겸비한다.

▶병마 이긴 숲동지 오종석-양은영=서귀포시청 산림휴양관리소 양은영 주무관과 오종석(67) 산림휴양해설사는 모두, 치료가 쉽지 않다는 병 때문에 고생하다 운명의 장난처럼 서귀포 치유의 숲을 가꾸고 다듬는 일에 함께 몰두하던 중 병마를 내쫓았다.

백록담과 해안가 패류화석 중간 지점, 해발 400~760m 기슭에 착상한 서귀포치유의숲은 대나무공예 차롱, 특산 발효차인 한라암차, 옛 마장터 이야기, 고령층도 취직하는 주민행복 일자리 등 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문화 소개부터 시작한다. 이어 ▷가멍오멍 노고록(오가며 여유로운) ▷가베또롱(가뿐한) ▷벤조롱(산뜻하고 멋진) ▷숨비소리 ▷오고생이(있는 그대로의) ▷쉬멍 ▷엄부랑(엄청난) ▷산도록(시원한) ▷놀멍 ▷하늘바라기 등 치유숲길 ▷힐링센터 자연테라피로 연결된다. 숲을 가꾼 사람과 그 사람을 고친 자연이 이상적으로 공존하는 곳이다.

초입부터 휠체어가 갈 수 있게 경사가 완만한 꼬불꼬불 나무 데크길을 만들어 장애인도 등산의 기쁨을 얻도록 배려했다. 산지의 무장애여행시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산중 의자없는 족욕시설은 휠체어 장애인 전용이다.

▶의도된 멈춤, 숲멍 쉼팡=듬성듬성 나무 사이로 데크 휴식시설이 있는 숲속 광장에선 콘서트도 열린다. ‘의도된 멈춤’이라고 한다. ‘숲멍(숲속 멍때리기)’을 권하는 쉼팡(쉼터)인데, 6개가 조성돼 있다. 상체를 낮게하고 다리를 올릴수 있는 특수 평상도 있다. 불규칙하게 놓여 있는 그루터기들은 관객석이다. 콜롯세움 원형경기장처럼 객석이 무대 보다 높다. 군데군데 사람이 살던 터도 보이고, 돌담을 양쪽에 야트막하게 표석 처럼 세운 옛 산중 도로도 만난다. 목재 선베드에 해먹도 있다.

조록나무, 서어나무, 자금운, 백양금 등이 서식하는 숲 사이로 새소리도 들린다. 팔색조, 두견새, 박새, 직박구리 외에 제주 특유의 흰배지빠귀, 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휘파람새, 동박새도 있고, 육지에선 백두산과 개마고원에만 있는 참새목의 곤줄박이도 산다.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엄부랑숲은 거대한 옛 집터이다. 규모로 보아 한양 양반가 규모는 되어보인다. 돼지우리 겸 화장실로 이용하던 ‘돗통시’ 흔적까지 있는데, 잔여물에 보리씨를 섞어 파종하면 척박한 땅에서도 건강한 보리가 자란다.

▶건강한 차롱치유 밥상= 엄부랑숲은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고 사이사이 곶자왈 정글 같은 풍경이 섞인 곳으로 인생샷 포인트이다. 숲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새소리 처럼 청량감을 준다. 힐링하우스 숲속의집에서 대나무 바구니 도슭 ‘차롱치유밥상’을 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정밀조사를 통해, ‘제주도 서귀포 치유의 숲의 피톤치드는 높은 농도를 유지해 산림치유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곳은 하루 600명 한정, 서홍동 마을기업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 제주관광공사의 웰니스(웰빙+해피니스)관광지 등 6관왕에 올랐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시작해 머체왓 숲길까지 16㎞ 구간에는 건강숲이 촘촘히 도열해 있다. 머체왓숲에선 ‘오징어게임’ 이전,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첫 글로벌 히트작인 ‘킹덤’을 촬영했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지점에 있는 상효원은 약 8만평 규모의 수목원이자 꽃밭이다. 꼬마기차가 용암계곡, 핑크뮬리꽃밭, 제주 토종의 한란과 새우란, 하트 꽃의 정원, 100년 이상의 노거수와 상록거목 숲, 곶자왈 정글 등을 다닌다. 멸종위기식물을 보존·전시하는 식물자원연구소 도 있다. 청정 에듀테인먼트 공간이다.

▶고살리=효돈천 상류지점에 있는 고살리숲길 입구는 2㎞만 더 가면 나온다. 대로변에서 한라산 쪽으로 가다가 한라산 남쪽 첫마을인 하례2리(고살리) 어귀까지 가는데, 숲길 초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넓은 개천변 임도를 찾아 들어가서 사람 허벅지 높이의 큰 바위 두 개가 바리케이트처럼 놓여 있다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숲이 워낙 호젓해, 시인 도종환(문체부 장관 출신 국회의원)이 칭송해마지 않던 사려니숲길 같은 고독감도 들지만, 효돈천 상류의 물빛이 언듯언듯 얼굴을 내밀며 동행해 준다.

강으로 내려가면 중산간에서 변화무쌍한 용암의 운동을 보는 듯 쭈글쭈글 밧줄구조의 바위도 보이고 비가 오면 강물이 급경사를 미끌어져 간 듯 맨질맨질한 현무암도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속괴’다. 해발 700m 지점에 있는 큰 늪(沼:소)이다. 맑은 물이 고여 있는데, 비오는 날엔 큰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맑은 날에도 폭포자국을 따라 물줄기가 떨어진다. 네모난 바위 옆에는 적송이 온갖 비바람과 엄찬난 양과 속도의 물살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서 있다. 마치 바위 위에 자라는 금강송 같다.

바로 옆 이승이오름을 가는 동안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 아치 아래로 목장에서 풀을 뜯는 소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사람의 마음까지 달랜다.

▶이승이오름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승이오름은 녹나무과 생달나무, 털단풍나무, 곰솔, 삼나무 숲과 함께 신례천이 함께하는 숲-계곡-한라산둘레길의 매력을 모두 가진 곳이다. 남쪽 중산간 다운 강한 일조량과 계곡의 습도가 파란만장 교차하면서 단풍이 참 때깔나게 드는 곳이다. 겨울엔 눈과 붉은 동백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물이 별로 남아있지 않아 개천도 산책길 같았는데, 나무로 둘러친 터널에 좀더 다가가자 예상을 뒤엎고 연못이 나온다. ‘해가 가려진’ 이라는 뜻을 가진 해그문이소이다. 근처에는 융단 같은 반석 사이로 하트모양, 삼각형 돌 웅덩이에 물이 고여 청년들이 반영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되고 있다.

성산 취다선 숙소로 가다 송당에 들르면 진수내(긴 개천)가 숨어있다. 한라산 동쪽 경사의 수직, 즉 남북으로 흐르기에 물이 많은 천미천의 한 구간으로,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 인생샷 숲도 있다.

이처럼 제주에서 나만의 수간모옥 같은 지점을 탐험가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발견해보는 일은 ‘가장 제주스러운’ 웰니스의 가치를 지향하는 여행자들의 자세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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