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북미 정상채널 열어서 풀어줘야…북, 관계 개선 의지"
"4자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제도화하면 뒤집을 수 없어"
문 정부 대북정책 "과거 돌아보면 꽤 성공적, 앞을 내다보면 실패"
그는 이날 베를린을 방문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호재가 될 것"이라며 "거기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체제를 얘기할 수 있으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문 이사장은 베이징에서 4국 정상이 만나려면 그전에 남북이 정상회담이 우선 열려야 한다며 "화상회담을 할 수도 있고, 판문점에서 방역 조처를 잘 갖춘 채 비밀회동을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간 소통채널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열어서 풀어줘야 한다"며 "미국의 워킹 레벨(실무급) 얘기에 북에서 응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 정책 결정 구조를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 형태로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적대시 정책에 대해 구체적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 김 위원장이 답신하면서 북미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하면,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논의에 지속성을 부여하면서 비공식적 제도화를 시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4자간 종전선언은 한국 정부 혼자 뒤집지 못하기 때문에 남북 또는 북미관계가 급격히 나빠질 일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사이 미중관계에 돌파구가 생겨 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 76주년 행사를 보면 상당히 로프로파일(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로 했고,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포함해 부국강병을 강조했기 때문에 저강도 긴장까지도 조성하지 않았다"면서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납득할만한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협조,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 지지 등 세 가지에 역점을 두고 미국 측과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독자 제재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지만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하노이에서 제기됐던 정제유 수입 확대, 수산물과 섬유, 석탄 수출과 관련해 제한적인 제재 완화에 대해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
문 이사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가 온·오프라인으로 연 '2021년 김대중 연례특강' 연사로 나서 '핵, 평화,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2000년 이후 모든 남북회담에 참석한 산증인으로서 "회담에 참석할 때마다 평화에 대한 큰 희망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나는 기대와 절망, 체념과 또 다른 희망에 어수선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과거를 돌아보면 꽤 성공적이지만, 앞을 내다보면 실패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군사적 위기가 없었다"면서 "그 점에 있어서는 정부가 꽤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정부가 약속했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작은 성공들'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입주사 대표들이 한 차례 현장을 방문하도록 해 공단 재개 여건을 만드는 것, 유엔 대북 제재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금강산 개별관광 협의, 이산가족 화상 재상봉, 종전 선언을 위한 3자 내지 4자 정상회담을 예로 들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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