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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재집권 후 미국과 첫 회담…"인도적 지원받기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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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일 도하서 만나 안보와 테러·인권·원조 등 논의

탈레반 "아프간 중앙은행 제재 해제" 요청

미국, 탈레반 정권 인정은 "행동으로 판단" 유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미국과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고 인도적 지원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일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신 미국은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간 영토에서 테러리즘 확산을 억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슬람국가(IS) 등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아프간을 거점으로 각종 테러를 자행하거나 확산하는 상황을 차단해달라는 그간의 요구를 관철한 셈이다.

11일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장악한 뒤 처음으로 9~10일 이틀간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고위급 대표단과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을 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이 이끌었고, 미국 대표단에는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 정보기관 인사가 포함됐다.

탈레반은 이번 접촉에서 미국으로부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받기로 해 정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민생 안정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다만 미국 측은 탈레반 정권 인정 문제에 대해선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탈레반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솔직하고 프로페셔널했다(전문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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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회담에 참여한 탈레반 고위급 대표단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탈레반은 미국이 대면 회담에 임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각하며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선전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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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논의하는 탈레반 고위급 대표단
[로이터=연합뉴스]



◇ 첫 접촉서 인도적 지원·테러 대응 등 현안 협의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안보와 테러, 인권,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탈레반은 아프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미국은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한 상태다. 아프간 측 자산은 90억 달러(10조4천억원)로, 이 중 70억 달러(8조1천억원)가 미국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프간이 IS와 알카에다 등 다른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평화협정 준수를 촉구하고, 아직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 등의 안전한 철수 보장을 요구했다.

탈레반은 테러세력에 대한 강경한 대응 입장을 표명하며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AP통신에 "우리는 아프간 영토가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도록 두지 않을 것임을 미국에 확신시켰다"며 "우리는 미국과 협력 없이 독립적으로 IS를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IS는 미국 등 서방과의 비타협을 내세워 지난 8월 26일 카불공항에서 약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이달 8일에는 쿤두즈시의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폭테러를 벌여 100명이 넘게 숨졌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납치된 미국인 마크 프레릭스의 석방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지난해 1월 납치된 이후 소식이 끊긴 프레릭스가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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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요예배 시간에 자폭테러 발생한 쿤두즈의 시아파 모스크
[EPA=연합뉴스]



◇ 탈레반 "인도주의적 지원 받기로…정권 인정문제와는 별개"

탈레반은 10일 회담이 끝난 뒤 "도하 회담은 잘 진행됐다"며 "탈레반 정권 인정과는 연계시키지 않기로 하고 미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탈레반을 아프간 지도부로 인정하거나 합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미국의 국익 문제에 대한 실용적 차원의 회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전쟁에서의 주적(主敵)을 파트너로 인정할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탈레반 측은 "생산적이었다" 등의 평가와 함께 "이번 회담이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기 위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무타키 외교 장관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아프간에 코로나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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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국민 생활고…카불 시내에서 가재도구 내다파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첫 회담, 솔직하고 프로페셔널"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탈레반 재집권 후 첫 대면 회담은 솔직하고 프로페셔널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아프간의 안보와 테러 우려, 미국인과 외국인,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통행권, 여성들의 모든 분야에 대한 참여 보장을 포함한 인권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게 직접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탈레반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탈레반은 미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미정부는 이와 관련해 세부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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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깃발을 판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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