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받은 탈레반 병사들이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 도착해 즐거운 표정으로 차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탈레반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및 미군의 아프간 전면 철수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미국인 등 외국인 및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의 자유로운 대피 보장, 여성 인권 존중, 통합 정부 구성 등을 압박했다. 반면 탈레반은 아프간 중앙은행 자금 동결 해제 및 인도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데이비드 코언 중앙정보국(CIA) 차장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은 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시작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측 대표단에는 톰 웨스트 국무부 아프간 부특사를 포함해 대외 원조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개발처 대표도 포함됐다.
9~10일 이틀간 열릴 이번 회담은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 이후 양측의 첫 회담이다. 카타르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뒤 아프간에서 철수한 미국 등 서방 국가 외교 인력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회담에 앞서 미국 고위 당국자는 탈레반 측에 미국인과 아프간인의 안전한 추가 대피 보장, 납치된 미국인 마크 프레릭스의 석방 등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프간이 다른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 준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여성 인권 존중과 포용적 정부 구성 등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번 만남은 탈레반의 정통성을 인정하거나 이에 관한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정통성은 탈레반이 스스로 행동을 통해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타키 외무장관은 회담 첫날 알자지라에 “아프간 대표단의 초점은 인도적 지원과 지난해 탈레반이 미국과 체결한 협정을 이행한데 맞춰졌다”면서 “미국은 아프간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에 아프간 중앙은행의 준비금에 대한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관영 바크타르 통신이 보도한 성명에서는 “우리는 그들에게 아프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아프간 정부를 약화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슬람국가(IS)를 독립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면서 테러단체 퇴치에 있어서 미국과의 협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8월 말까지 12만4000명을 대피시켰지만 아직도 다수의 미국 시민권자들과 수천명의 현지 조력자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다. 미국은 또 지난 8월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송금을 중단하고,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100억달러로 추산되는 자산도 동결했다. 세계은행도 아프간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지원 중단으로 현재 아프간에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연합군을 결성해 탈레반과 싸웠던 유럽 국가들과도 접촉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의 아프간 고위 대표인 사이먼 개스는 지난 5일 카불을 방문해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과 회담했고, 유럽연합(EU)도 조만간 탈레반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