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여력이 가장 높았던 신한은행까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한도가 없었던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에 한도를 설정한 것이다. 이마저도 조만간 소진이 예상되는 데다,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속속 도입하고 있어 대출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대출모집인 중개 전세대출에 5000억원 한도를 뒀다. 하지만 한도 설정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한도가 거의 다 소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모집인 중개 전세대출은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날 “집단전세, 보금자리론, 담보대출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면서 “모집인 한도가 소진되더라도 영업점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모집인은 카드 모집인처럼 은행 외부에서 상품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은행과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모바일이나 창구 등 은행 자체 채널을 닫는 것보다는 위험부담이 적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른 은행별 한도관리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5~6%를 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타행 대출이 막히면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신한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가계대출 여력이 있는 은행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기준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3.02%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을 중단하면서 자칫 쏠림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고, 전세대출 증가율이 가팔라지면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7일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3.16%인 반면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10.67%로 3배 이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집인 중개 대출의 경우 길게는 대출실행 이후 10일 뒤에 대출액수가 통보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확한 대출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여력이 있었던 신한은행까지 대출 문을 좁히면서 연말로 갈수록 대출절벽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케이뱅크는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연봉 이내로 줄인다고 밝혔다. 전날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신용대출과 일반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전세대출계약 갱신시 전세보증금 인상분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지점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달부터 지점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갔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도 일시 중단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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