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귀멸의 칼날> 국내 개봉 포스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일본 만화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인기 만화와 웹소설을 통해 SNS 시대에 맞는 ‘말하기 방식’을 분석한 글이 일본의 한 월간지에 소개됐다.
교토시립예술대학 강사인 다니카와 요시히로는 주오코론 10월호에 실린 ‘2010년대 히트한 만화의 다변과 침묵’에서 SNS 시대 만화와 웹소설의 말하기 방식을 ‘실황적 말하기’와 ‘침묵적 말하기’로 분류했다. <귀멸의 칼날>,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관하여>, <블루 피리어드>, <원댄스> 등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 인기를 끈 만화와 웹소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실황적 말하기’는 게임 중계방송이나 유튜브 방송처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쏟아내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은 요괴퇴치를 다룬 판타지 사극 <귀멸의 칼날>이다. 2016~2020년 한 주간지에 연재된 이 작품은 1억50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침체돼 있던 일본 출판만화 시장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니매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한·일 양국에서 크게 흥행했다.
다니카와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끊임없이 대사로 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사는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가령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시계가 좁아져. 눈이 잘 안 보이는데 호흡을 남발해서 그런가? 귀울림이 심해. 온몸에 격렬한 고통이 와. 빨리 회복돼야 하는데. 난 아직 싸워야 하는데’라는 독백이 쏟아진다. 복선이나 비유적 표현을 통해 독자가 추론해 내야 할 장면이 거의 없다. 해석에 막히는 부분이나 의문의 여지가 없도록 해 빠르게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니카와는 “주인공이 감정과 생각, 몸 상태를 일일이 보고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하게 전달한다”며 “게임 중계방송이나 유튜브 방송 진행자의 어조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채팅 등 온라인에서 해 오던 말하기 방식과 닮았다.
정반대 경향인 ‘침묵적 말하기’도 최근 만화 등 콘텐츠에서 두드러진다. 고등학교 댄스부 활동을 그린 <원댄스>가 대표적이다. 이 만화는 대사가 거의 없고 춤 추는 장면을 담은 그림만으로 전개된다. 다니카와는 “이 만화에서 춤은 언어의 대체물이 아니고 말을 더듬는 장면 자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침묵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 소재”라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나 경쟁을 힘들어하는 게임업계 직원, 박사논문을 쓰는 여자 대학원생 등 사회의 소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할수록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다.
다니카와는 이를 SNS 시대의 또 하나의 말하기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말을 한다면 분명하고 솔직하게 끊임없이 생각을 전하지만 이렇게 말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예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침묵적 말하기는 (만화가 자신이) 사회의 다수자(머조리티)로서 소수자를 다루는 것에 주저함을 느끼거나, 자신의 경험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갖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며 “사회적 억압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