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고, 내부 메모서 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 비판
해럴드 고 미 국무부 선임 법률고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 국무부의 한국계 선임 법률고문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이티 난민 추방을 강하게 비판한 뒤 맡은 직책을 사임한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4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선임 법률고문이 법률고문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국무부 내부 메모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이티 난민들을 추방하는 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조치를 이어받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 고문은 메모에서 "이 정부의 연방법 42호(Title 42) 집행은 박해, 살해, 고문 위험이 있는 개인, 특히 아이티를 탈출하는 이민자들을 추방하거나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우리의 법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텍사스주 델리오에 몰려든 아이티인들을 아이티로 되돌려보내기로 한 조치를 "불법", "비인도적"이라고 규정하고 "내가 지지하는 이 정부에도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3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면 이민자가 아예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국경에서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하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몰려든 아이티 난민 1만여 명을 이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선별적으로 아이티로 되돌려보내고 있다.
카리브해의 세계 최빈국인 아이티는 지난 7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8월에 대형 지진과 태풍이 강타하는 등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고국을 등지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아이티인들은 중남미를 거쳐 대규모로 미국행을 타진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이들을 계속 추방하고 있다. 최근엔 국경지대의 미 기마순찰대가 아이티 난민들을 가축 몰듯 쫓아내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계인 고 법률고문은 미국의 저명한 인권법 전문가로 예일대 법대 학장을 거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인 2009~2013년에도 미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폴리티코에 고 고문이 선임 법률고문을 내려놓은 뒤에도 자문역을 계속할 것이며, 그의 사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고 고문이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추방을 비판한 내부 메모가 행정부 내에서 널리 회람됐으며, 현 정부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라고 평가했다.
yonglae@yna.co.kr
미국 기마 국경순찰대 요원이 지난 지난 달 19일 텍사스주 델리오 국경 다리 인근 리오그란데 강둑에서 아이티 난민들을 쫓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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