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대표 온건파서 30년 만에 총리 배출…기시다 내각 공식 출범
아베·아소 등 주류 파벌에 내각 요직 배분…외무·방위상 유임
첫 기자회견에서 납치문제 언급하며 "김정은과 만날 각오"
기시다 후미오 |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한일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4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은 4년 만에 총선 국면을 맞이한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이날 오후 총리 지명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얻은 기시다를 제100대 총리로 선출했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온건파인 '고치카이'(宏池會, 일명 기시다파)의 수장이다. 고치카이에서 총리가 배출된 것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총리 재임 1991년 11월~1993년 8월) 이후 30년 만이다.
온건파인 기시다는 자민당 간부 인사에 이어 각료 인사에서도 당내 주류인 강경 보수파에 요직을 배분했다.
기시다 총리 선출 후 발표된 각료 명단을 보면 공명당 몫으로 내각에 참가한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국토교통상을 제외한 19개 자리를 호소다(細田)파 4명, 다케시타(竹下)파 4명, 기시다파 3명, 아소(麻生)파 3명, 니카이(二階)파 2명, 무파벌 3명이 나눠 가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실질적인 수장인 호소다파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가 수장인 아소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이끄는 다케시타파를 배려하는 모양새였다. 기시다는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호소다파와 아소파, 다케시타파 등 당내 1~3위 파벌의 지지 덕분에 당선됐다.
일본 총리 선출된 기시다 후미오 (CG) |
구체적인 인선을 보면 총리관저의 2인이자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은 호소다파 소속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을 앉혔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경제산업상으로 옮겨 재기용했다.
전후 최장 재무상을 지낸 아소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를 재무상에 임명하고, 신설하는 경제안전보장상에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방위정무관을 발탁했다.
다케시타파 회장 대행인 모테기 외무상과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유임했다.
외무상과 방위상의 유임은 외교·안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래픽] 일본 기시다 내각 각료 명단 |
다만, 기시다는 자신을 뺀 내각 구성원 20명 가운데 13명을 각료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채워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했다.
이는 오는 31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시다는 새 내각 출범 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달 14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19일 고시 후 31일 총선을 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당초 내달 7일 또는 14일 총선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앞당겨진 셈이다.
코로나19 증가세가 진정 국면에 있고 새 내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당이 유리한 국면일 때 서둘러 유권자의 판단을 받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총선이 실시된 것은 아베 정권 시절인 2017년 10월 22일이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국회를 해산하지 않아 총선이 실시되지 않았다.
4년 만에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는 기시다 총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본 국회의사당 |
부친인 기시다 후미타케 중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기시다는 1993년 히로시마 제1구에서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인 2007년 내각부특명대신(오키나와·북방·국민생활·과학기술·규제개혁 담당상)으로 임명돼 처음 입각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과 함께 외무상에 발탁돼 재임 중인 2015년 12월 28일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
기시다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달 18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국이)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미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점에서 "볼(공)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는 같은 달 13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가 연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이 태평양전쟁 중의 주변국 가해행위와 관련해 사과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런 발언 때문에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현안에서 아베·스가 정권과는 다른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대학원 교수도 이날 연합뉴스에 "기시다 내각에서 한일 관계가 달라질 것을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온건파인 기시다가 지금은 강경파인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나 중의원 선거에 이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승리로 이끌면 권력 기반이 강해져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연한 외교·안보(정책)를 전개한다"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지속적인 추진 의사도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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