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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의 통신선 복원으로 복잡해진 남북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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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4일 오전 남북 군 통신선 시험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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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북한의 55일 만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초 통신선 복원”을 선언한 데 따른 예고된 후속조치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간 기초 소통수단 복원을 공표·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그간 일방적 단절과 복원을 반복하며 통신선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북한은 이번에도 통신선 재가동의 대가로 ‘중대과제’ 해결을 요구했다. 통신선 재개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성급한 기대보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신중하게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북은 이날 통신선 복원을 둘러싸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의 시작과 진전을 기대한다”고, 국방부는 “한반도의 실질적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반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보도문에서 남측을 향해 “통신선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에 선결되어야 하는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대과제’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밝힌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의 철회’를 뜻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만 ‘도발’로 규정하고, 남측과 미국의 합동군사연습과 무기시험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부당하다”고 반발한다. ‘중대과제’에 대한 남측의 태도변화를 압박하고, 원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통신선을 다시 단절시키고, 정세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통신선 재개를 공표한 것은 그만큼 정세의 국면 전환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의 통신선 복원 조치 발표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다. 지난 7월27일 통신선을 다시 연결했을 때는 대내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점과 대조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현재 교착 상태를 바꿔보려는 신호는 보낸 것은 분명하다”면서 “통신선 복원으로 한국과 미국에 다음 공을 넘긴 것”이라고 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속에서 국면 전환과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만큼 북한의 행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말 북한에 공식 제안한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부터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통신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한 대화 재개”를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에만 4차례 미사일 시험발사 통해 긴장을 조성하는 한편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논의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강온전략을 펼쳐왔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북한의 복잡한 의도를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통일부가 제안한 영상회담 체계 구축이나 추가 대화 제의에 응할지, 또 추가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는 지 여부를 지켜보면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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