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에만 네번째 발사…새 무기체계 개발·남측에 ‘이중기준 철회’ 압박
김정은 “10월초 남북통신선 복원” 언급에도 남측 통화 시도에 불응
북한이 1일 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을 전날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9월에만 네번째 미사일 발사다. 새 무기체계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내건 적대시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요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초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이날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은 9월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하지 않았다. 박정천 당 중앙위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참관했다.
북한이 발사한 신형 반항공미사일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선보인 신형 지대공미사일로 추정된다. 국방과학원은 “쌍타조종기술과 2중 임풀스 비행발동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도입으로 미사일 조종체계의 속응성과 유도정확도, 공중목표소멸거리를 대폭 늘인 신형반항공 미사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미사일 상·하단에 조종 날개를 달아 기동성을 강화하고, 엔진 추진력을 높이는 부품을 장착해 요격 속도와 사거리를 향상한 것으로 보인된다. 기존의 노후화된 지대공미사일을 현대화해 방공망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신형 반항공 미사일 발사는 9월 28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발사 이후 이틀만이다. 9월에만 11~12일 장거리순항미사일, 15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네번째다. 특히 이번 지대공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적대시 철회를 전제로 남북통신선 복원 의지를 밝힌 다음날 이뤄졌다.
이를 두고 북한이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의거한 자체 시간표에 따라 각종 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남측을 향해 이중기준 철회를 압박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일련의 담화·연설을 통해 남측의 군사력 증강 노력을 비난하며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문제삼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금지사항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묵인하면서 제재도 완화해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까지 북한이 연속적으로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12월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신형 무기 성능 시험에 나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인 권리”라며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적대 세력들의 군사적 준동을 철저히 억제”하기 위해 새 무기체계 개발에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도발의 일상화’에 나서면 향후 남북대화 재개 시 남측이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남측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침묵하면 논리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북한이 남북대화에 임하더라도 한국을 테스트(시험)하고자 계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정기 통화 시도에 답하지 않았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10월부터 통신연락선 복원 의지를 밝힌 만큼 통신연락선이 조속히 복원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달 30일 발사했다고 밝힌 신형 반항공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차량(TEL)에서 하늘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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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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