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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LA에 BTS음악 울려퍼지던 그날, 무대 뒤에서 눈물 흘렸던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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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前 미국매니저 이샤이 개짓 인터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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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든 빅뱅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역사적 사건도 찰나의 일이 아니다.

이샤이 개짓(Eshy Gazit·48) 인터트와인 뮤직 대표이사는 2017년 11월 19일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의 무대 뒷편에서 숨죽여 울고 있었다. 별처럼 많은 팝스타, 휘황한 조명 아래서 한국의 일곱 젊은이,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DNA’를 부르던 그 순간을 뒤에서 지켜보며 말이다.

방탄소년단 신드롬도 찰나에 완성된 신의 역사는 아니었다.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일곱 명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했고 고국에서 팬을 모았으며 각국의 청년에 진심을 전했고 팝의 심장인 미국에 상륙해 발로 뛰어 결국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언제나 햄버거를 너무 많이 시키던 저 혈기왕성한 청년들과 로스앤젤레스와 미국 여기저기를 동분서주하며 동고동락한 2년의 시간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쳤거든요.”

무대에 오르기 전, 옆자리에 앉은 RM이 “정말 고생 많으셨죠.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아요”라고 말을 건넬 때만 해도 개짓은 그저 ‘일곱 멤버를 당장 와락 다 껴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뿐인데 민망하게 이렇게 눈물까지 흐를 줄이야….

2016~2018년 방탄소년단의 미국 활동과 현지 스타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매니저, 개짓 대표를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그는 최근 방탄소년단과 콜드플레이의 협업 곡 ‘My Universe’ 발표에 대해 “콜드플레이는 내 ‘최애 밴드’ 중 하나다. 듣고 너무 흥분할 수밖에”라며 “방탄소년단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다. 그들에게 다른 밴드가 존경과 환영을 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개짓 대표는 원래 악기 연주자, 음향 엔지니어, 음악 프로듀서였다. 자신이 참여한 앨범에 대해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홍보와 매니지먼트에 뛰어들었다.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으로 이름났다. 그래모폰 미디어를 설립해 마당발로 일하던 2016년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방탄소년단의 미국 프로모션을 맡았다. 그가 발 벗고 나서 현지의 TV와 라디오 프로듀서, 기자들을 설득하고, 방탄소년단에게 체인스모커스, 스티브 아오키, 할시 같은 현지 톱스타를 소개한 배경에는 작지만 단단한 확신이 있었다.

2018년부터 개짓 대표는 몬스타엑스와 원호의 미국 프로모션을 돕고 있다. 몬스타엑스는 지난해 영어 앨범 ‘ALL ABOUT LOVE’를 내 빌보드 앨범 차트 5위까지 올랐다. 내년 1월부터 북미 12개 도시 아레나 투어에 나선다. 개짓 대표는 “세 번째, 네 번째 슈퍼스타가 계속해서 나와야 하며 그럴 것임에 틀림없다. 케이팝은 이제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고 하나의 대체할 수 없는 장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2016년, 빅히트로부터 방탄소년단의 미국 프로모션을 맡을 때 어떤 각오였나.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상태였나.

“아니다. 그래서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했다. 직접 한국에 날아가 문화를 경험하고 배웠다. 당시 미국의 상황을 말하자면,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업계에서도 케이팝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현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낯선 한국 팀과 일하는 게 앞으로) 괜찮겠냐’는 걱정 어린 소리를 되레 내가 듣고 다닐 정도였다. 기초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케이팝과 방탄소년단에 대한 설명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 일을 맡게 된 이유는 뭔가.


“멤버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개성과 에너지에 감화됐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파괴력도 신뢰의 근거가 됐다. 미국의 엔터업계는 웬만해선 ‘숫자’ 없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숫자를 능가하는 성공의 열쇠는 사람 그 자체다. 이를테면, 현지 라디오 프로모션을 시작할 무렵, 방탄소년단의 약점은 스트리밍이었다. 스포티파이 청취자 수가 현저히 낮았다. 당시에 우리 회사 직원이 나를 포함해 단 두 명이었는데 잠을 줄여가며 일했다. e메일과 전화는 무시되기 일쑤였지만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아미의 힘, 방탄소년단의 매력이 점차 알려지며 시너지를 일으켰다.”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기자와 프로듀서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춤, 의상, 비디오 등 방탄소년단의 모든 것은 어차피 이미 완벽했다. 관계자들에게 ‘자, 보라. 지금 필요한 것이 여기 있다. 평화의 메시지, 역사적인 무언가…. 동서양의 벽을 허물어뜨리고 세계 음악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새로 써야한다’고 강변했다. 이후 2017년 방탄소년단에게 체인스모커스를 소개해줬고(‘Best of Me’ 공동 작업), DJ 스티브 아오키와 래퍼 디자이너를 연결해 ‘MIC Drop’ 리믹스 버전을 만든 게 통했다. 그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트로피를 받았다. 원래 TV로 중계되는 부문이 아니었지만 어워즈 제작사인 딕 클라크 프로덕션을 설득해 방탄소년단을 현장에 초대했다. 그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 이후의 일들은 여러분들이 아는 역사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2년간 미국에서 일하며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도 많았겠다.

“초기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영어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저 평소에 하던 대로 행동하라고 말해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매력을 충분히 분출시킬 수 있는 친구들이란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외국어를 쓴다는 것이 되레 개성과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업무적으로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출연이 내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이 됐다. 그 시상식에 아시아 아티스트가 출연한 전례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DNA’라는 한국어 노래를 부른 것도 놀라웠다. 방탄 신드롬을 눈앞에서 보여주기 위해 시상식 날 내가 부를 수 있는 모든 기자와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또, 많은 TV 쇼 출연을 잡았다. 그해 마지막 날 ABC TV의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에 나와 ‘MIC Drop’을 부르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2018년부터는 몬스타엑스와 일하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된 건가.


“방탄소년단이 궤도에 올라간 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한국에서 다양한 회사와 미팅을 했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돌아보면 방탄소년단과 처음 일할 때 빅히트는 직원 수가 30명쯤 되는 작은 회사였고, 그랬기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도움이 됐다. 스타쉽과 만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몬스타엑스의 멤버들을 만나보니 특별한 뭔가, 즉 엑스 팩터를 갖고 있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아이하트 라디오에서 개최하는 징글 볼 투어에 합류시키고 거물급 아티스트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케이팝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케이팝은 스타일이 있다. 아이돌 그룹의 최대치랄까. 미국에도 한때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가 있었고 영국의 원 디렉션도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진 보이밴드의 공백기에 방탄소년단은 완벽한 퍼즐이었다. 좋은 음악과 에너지, 그리고 정교한 군무…. 그들은 보이 밴드의 마스터 같았다. 그들은 보이밴드로서 너무 완벽했을뿐더러 그 수준을 한 차원 높여놨다. 미국의 아티스트들이 케이팝의 영향을 받고 그 요소를 자신의 음악에 앞다퉈 섞어 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몬스타엑스와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나.

“영어로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 목표는 사람들이 케이팝을 라디오에서 듣고 ‘이 노래 좋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에게 최고의 성적을 안겨준 ‘Dynamite’와 ‘Butter’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제 미국 시장 안에서 한국 호주 영국 라틴권의 스타는 동등하게 경쟁한다. 그래야 한다. ‘Despacito’를 보라. 스페인어로 부른 푸에르토리코 노래이지만 저스틴 비버의 영어 가창 참여가 그 곡을 ‘어나더 레벨’로 올려놨다. 어떤 시장에 침투하려면 그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노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몬스타엑스는 올해 안에 두 번째 영어 앨범을 낼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 노래로 이뤄낸 것도 중요하고 몬스타엑스나 다른 그룹들이 영어 노래로 이뤄낼 뭔가도 중요하다. 개성, 보편성. 두 가지를 다 갖춘 케이팝은 대단하다.”

―미국 아티스트와도 일해봤다. 한국의 가수, 기획사와 일하며 느낀 다른 점이 있다면?

“디테일에 대한 완벽주의적 천착이다. 삼성, LG 같은 회사들과 일맥상통한다. 보통 한국 회사들은 내게도 수백만 개의 질문을 던지는데 그런 디테일이 결국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낸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 마찬가지다. 케이팝의 뮤직비디오 수준은 한국 영상 산업의 높은 수준을 반영한다고 본다. 한국에는 스마트한 사람이 많다. 아티스틱한 사람도 많다. 두 종류의 사람들이 힘을 합쳤다. 말해 뭐하겠나.”

―케이팝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이 내 과업이다. 지난 몇 년의 내 소중한 인생을 아낌없이 투자한 보람이 있다. 케이팝은 이제 이미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 인기는 영속적일 것이다.”


―올해와 내년의 계획은?


“올 6월 BMG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터트와인 뮤직을 설립했다. 몬스타엑스와 원호와 먼저 계약했으며 크래비티 등 다른 스타들의 미국 매니지먼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북미 투어부터 몬스타엑스는 캘리포니아주처럼 인기가 보장된 곳뿐 아니라 다양한 도시를 돌 계획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직접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내 회사명인 인터트와인은 ‘엮다, 뒤섞다’를 뜻한다. 케이팝 전문 그룹이자 거기서 머물지 않고 전 세계 각국의 뛰어난 아티스트들을 미국 시장에 잘 소개하는 역할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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