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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4할의 전설’ 백인천 전 감독, 뇌경색으로 쓰러져 외로운 투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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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4할의 전설’ 백인천(79) LG 트윈스 초대 감독이 병마와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412)인 백인천 전 감독은 최근 뇌경색이 재발, 야구계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투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가위 무렵 백인천 전 감독과 어렵사리 전화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힘이 많이 풀려있었고, 약간 어눌했다. 애써 좋아졌다는 말을 하긴 했으나 “의사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는 그의 전언에서 현재 정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경기도 평택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는 백인천 전 감독은 근황을 묻는 말에 “뇌경색이 왔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 뇌출혈이 돼 의사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2년 전에 한 번 쓰러졌다가 좋아졌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때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삼척 등지에서 요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감독은 “오른쪽에 이어 왼쪽 팔다리에도 마비가 왔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풀려서 좋아졌다. 의사도 뭐 방법이 없다며 일단 많이 걸으라고 했다.”며 꾸준한 걷기로 재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최근에도 다시 쓰러진 것이냐는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재발한 것은) 어디가 아픈 게 아니라 뇌혈관이 터져 막힌 것이다. 부상을 했다든지 어디가 아프면 이해가 되는데, 뇌 이상이라서 나도 모르는 것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 어린 얘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론 “혈압약도 빠짐없이 꾸준히 먹으며 관리를 했는데, (다시 쓰러져 병원에 갔을 때) 끝났구나 싶었다. 최근에는 의사도 ‘대단하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처음 본다’고 했다.(의사에게) ‘나을 수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아마 좋아질 겁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백 전 감독은 그러면서도 “뇌 신경 이상이니 평택에 있는 병원 아니라 어디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재 백 전 감독을 돌볼 식구들은 국내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들도 모두 외국에 나가 있다”는 말만 하고 자세한 사정 설명은 꺼렸다.

그동안 백인천 전 감독과 가까이 지내며 그의 안부가 염려돼 자주 통화를 했던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은 “뇌경색은 확실한 것 같다. 보통 뇌경색이 오면 손, 발가락 감각이 없어진다는데, ‘(백인천) 자기는 그렇지 않다, 의사가 깜짝 놀란다, 희한한 사람이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때는 ‘이런 상태 같으면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말도 해 종잡을 수 없다. 현재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고 걱정스럽게 전했다.

김소식 전 부회장은 “(야구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어쨌든 외롭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면서 야구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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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MBC 청룡 초대 감독에 이어 1990년 LG 트윈스 초대 감독으로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백인천 전 감독은 1997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에 뇌출혈 증상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다가 퇴진(2002~2003년)한 뒤에는 재야에서 간헐적으로 모교인 경동고 등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요. 이제 나이 먹고. 그러니까, 여든 아녜요. 우리 조상,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는 모두 50, 60대에 돌아가셨지요. 여든을 넘긴 분은 없었어요. 내가 오래 산 것이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주위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한국야구 전설 중의 한 분이 이렇게 병고를 겪으며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다.

/글. 홍윤표OSEN 고문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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